국제 국제일반

싱가포르·홍콩 조세회피 새 은신처로


은행 비밀주의 허용, 조세 회피 위한 기업 설립 쉬워 UBS 등 스위스 은행들도 아시아 지역 영업 강화 나서 싱가포르 PB 자산, 최근 2년새 3,000억달러서 5,000억달러로 싱가포르, 홍콩 등 아시아 신흥국들이 재산을 숨기고 세금을 회피하려는 부자들의 새로운 은신처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의 조세 당국으로부터 부자들의 조세 회피를 도왔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UBS 등 스위스계 은행들도 스위스를 떠나 싱가포르, 홍콩 등지에서 프라이빗뱅킹(PB)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23일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스위스는 법적으로 ‘은행 비밀주의’를 허용, 지난 수백년동안 전세계 부자들의 재산 은닉과 조세 회피 천국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막대한 재정적자로 고통받던 미국이 지난 2007년부터 부자들의 역외 탈세를 막기 위해 해외 은행에 거액을 예치하고 있는 미국인들에 대해 조사에 나서면서 스위스 은행의 비밀주의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스위스의 대표 은행인 UBS는 미 법무부에 백기를 들고 미국인 고객 4,450명의 명단을 넘겨줬으며, 7억8,000만달러를 벌금으로 물었다. 하지만 UBS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UBS는 최근 2년 동안 미 법무부와 실랑이를 벌이면서 프라이빗뱅킹 부문에서 2,000억달러의 손실을 내긴 했지만 아시아 지역에서는 이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UBS는 싱가포르에서 보너스 잔치를 했으며 아시아 태평약 지역에서 고객상담 직원을 400명 추가 고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UBS뿐만 아니라 쥴리어스베어은행 등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스위스 은행들도 아시아 지역에서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이사회를 본사가 소재한 스위스 취리히가 아닌 싱가포르에서 개최했을 정도다. 쥴리어스베어은행 측은 “우리는 싱가포르를 제2의 고향으로 여기고 있다”며 “또한 홍콩에서도 자산을 5년 안에 두 배 이상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뤼벤 아비-요나 미시건대 국제조세프로그램 디렉터는 “미국이 UBS에 족쇄를 채운 후 싱가포르와 홍콩이 스위스 은행 비밀주의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워싱턴 소재 캐플린드라이스데일의 데이비드 로젠블룸 조세 전문 변호사도 “스위스에서 빠져나간 돈의 대부분이 싱가포르로 갔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제로 보스턴컨설팅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프라이빗뱅킹 자산은 지난 2000년에서 2008년 사이에 6배나 늘어 3,000억달러에 이르렀으며, 현재는 5,000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홍콩의 프라이빗뱅킹 자산 규모 역시 현재 2,00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리차드 머피 조세정의네트워크(TJN) 설립자는 “싱가포르는 스위스식 비밀주의 규정 하에 자본 이득과 해외 수익에 대해 세금을 거의 부과하지 않고, 예금주들에게 비실명 계좌를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홍콩에 대해서도 “법적으로는 은행 비밀주의를 규정하지 않고 있지만 불투명한 기업 설립을 용인함으로써 이들이 세금 회피 창구 역할을 하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콩은 자본 이득과 예금 이자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기업들에 대해서도 홍콩 내에서 창출한 수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한다. 물론 홍콩과 싱가포르 당국은 ‘조세회피천국’이라는 꼬리표를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다. 재클린 옹 싱가포르 통화청 대변인은 “싱가포르 법의 은행비밀주의는 합법적 투자자의 사생활만 보호한다”며 “범죄나 조사에 연루된 사람들의 정보는 해당 국가에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테리 웡 홍콩 재경사무국 대변인 역시 “홍콩을 세금회피자들의 천국과 비교해서는 안된다”며 “홍콩의 낮은 세율은 정확한 재정 정책의 결과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홍콩과 싱가포르 금융 당국이 제2의 스위스라는 인식을 불편해하고 있지만 스위스 비밀주의를 무너뜨린 미 국세청은 이제 홍콩과 싱가포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 법무부는 지난 6월 HSBC 미국 고객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으며, 미 국세청은 조세 회피자들을 끝까지 추적하기 위해 800명 추가 고용하기로 했다. 특히 미 국세청은 이들이 싱가포르와 홍콩 지역을 집중 조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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