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앞만 보는 증시..경계 목소리 확산

이익전망 악화, 유동성 한계 지적 잇따라

앞만 보는 증시..경계 목소리 확산 이익전망 악화, 유동성 한계 지적 잇따라 이제 한국 증시에 '악재'란 없는 것인가. 최근 국내 증시는 1천10원 밑에서 맴도는 원/달러 환율이나 작년 11월 고점 수준에 육박하는 유가, 2달러대로 곤두박질친 D램 가격 등 매우 중요한 부정적 환경변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견조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해외증시와도 완전히 다른 움직임이다. 올 들어 지난 4일까지 미국 나스닥지수는 5.38% 하락했고 다우존스는 겨우 0.46% 올랐다. 같은 아시아의 일본과 대만,홍콩의 등락률도 각각 3.34%, 0.88%, -2.37%에 불과하나 한국의 코스닥지수와 종합주가지수만 31.96%, 13.06%씩 급등했다. 다수의 긍정론자들은 여전히 내수회복 기대, 풍부한 유동성, 기업 체질 개선 등을 그 원인으로 꼽고 있지만 신중론자들은 '과열'과 '지나친 낙관'을 경계하고 있다. 여기에 신중론자들이 강조하는 한국 증시의 위험 요소를 소개한다. ◆ 이익전망은 악화되도 지수는 상승? 씨티그룹증권은 미미한 내수회복과 환율, 유가 등의 영향으로 올해 한국 유니버스(분석대상종목군)의 순이익이 작년대비 약 20%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총 상위 100개 상장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 역시 지난해 13%대에서 올해 10%대로 낮아지고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12~13%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굿모닝신한증권도 최근 보고서에서 "기업들의 이익 모멘텀 약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한국 시장의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EPS) 추정치가 작년 하반기 이후줄곧 낮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 기업조사 전문기관 IBES가 매달 발표하는 2006년 기준 한국시장의 EPS 추정치도 지난 2월까지 8개월 연속 내리막을 달리고 있다. 국내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들어 4일 현재까지 증권사들의개별종목에 대한 EPS 하향조정 건수는 1천591건으로, 상향조정 수 1천84건의 약 1.5배에 달한다. 한 대형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시황은 '이익 모멘텀'이라는 중요한 펀더멘털(기초여건) 요소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장세"라고 지적했다. ◆ 유동성 장세 지속 가능한가 긍정론자들이 내세우는 대세상승의 가장 큰 근거는 국내외 풍부한 유동성의 지속적 유입 가능성이지만, 신중론자들은 생각이 다르다. 우선 지금까지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끈 외국인, 즉 해외 자금은 미국의 저금리기조로 인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찾아 신흥 증시에 흘러들었으나 연방준비위원회의 지속적 금리인상 등으로 저금리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이치증권은 지난 3일자 보고서에서 아시아시장의 유동성 랠리가 1~2개월내 끝날 것이라며 한국에 대한 '비중축소' 의견을 유지했다. 미국 경기 사이클이 회복 초기 국면을 벗어남에따라 지금까지 빚을 줄이고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했던 미국 기업들이 점차 자금을 모아 투자에 나서고, 이는 자금조달 비용상승(금리 인상 등)을 유발하는 동시에 자금을 금융부문에서 실물 경제쪽으로 유도해 유동성을 미국 안으로 흡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동원 씨티그룹증권 상무도 "현재 한국에 투자하는 해외 펀드들은 대부분 단기투자자들로, 미국의 금리가 올라가면 급속히 빠져나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증시 자금의 새로운 '젖줄'로 부각되고 있는 적립식펀드의 역할도 과대평가됐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어선 시점에서 적립식펀드로의 신규 자금 유입이 증권사들의 호언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지 의문스러울뿐더러, 적립식펀드에 유입된 자금 중 상당부분이 채권에도 분산 투자되는만큼 '주가 안정'에는 기여할지라도 강력한 '주가 부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최홍 랜드마크투자신탁운용 사장도 이달초 "적립식펀드는 개인이 장기 투자할수 있는 상품이나 판매과정에서 투자위험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투자자들의 1~2월 실질 예탁금 유입액이 1조원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비해 '외상' 주식투자액인 미수금은 1조3천억원을 넘나든다는 점도 불안한 요소다. ◆ 내수회복속도, 이익변동 등 꼼꼼히 살펴야 또 신중론자들은 현재까지 발표된 경기 지표들 중 뚜렷한 내수 회복을 입증할만한 것이 있는지 반문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4일 발표한 1월 서비스업 활동 동향에 따르면 서비스업 생산은작년동월대비 0.7% 증가, 작년 12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상승세지만 서민 소비활동지표인 소매업 부문은 5.8% 감소하며 7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국내 한 증권사 연구원은 "아직 솔직히 내수 회복기에 접어들었다고 장담하기힘든 상황"이라며 "더구나 내수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가계 부채 문제가 고용상황 악화 등으로 인해 크게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JP모건과 모건스탠리의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도 1.2%, 0.8%에 불과하다. 신중론자들은 투자자들에게 막연한 기대에 의존하기보다 투자시 내수회복 속도와 환율, 유가 추이, 기업이익 변동 등에 보다 주의를 기울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유 상무는 "국내 일부 대기업들은 유가나 환율 변동에 대해 예전보다 내성이 강해진 것은 사실이나 아직 상당수의 중소기업들은 매우 취약한 상태"라며 "올 1.4분기 실적 등을 통해 이들의 타격 정도가 드러날 경우 전체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기자 입력시간 : 2005/03/0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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