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 벤처 신산업단지 현황·문제점

수도권만 50곳 계획…정부 조율 필요'모두가 한국판 실리콘밸리를 꿈꾸지만 제대로 된 실리콘밸리는 하나도 없다. 더욱이 하나같이 똑 같은 무색 무취의 밸리뿐이다' 미래의 국가경쟁력을 판가름할 신 산업지도가 제대로 그려지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한번 입지를 선정하고 개발에 들어간 뒤 수정하려면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첫 단추부터 제대로 끼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벤처 정책의 총괄조정기능 부재 산업단지인 공단의 개발과 지원업무는 현재 건설교통부가 총괄하고 있다. 기존 산업단지는 제조업 중심으로 인구유발과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커 산업정책효과 외에도 국토균형개발차원에서 다뤄지고 있다. 산업입지 선정에는 산업자원부와의 산업정책에 대한 조율이 당연하게 따라붙는다. 그러나 신 산업단지는 아직 개념조차 모호한데다 부처간 업무 영역이 불분명한 탓에 각종 육성방안이 중구난방식 쏟아지다 보니 입지중복과 과잉투자의 우려를 낳고 있다. 정보기술(IT) 산업ㆍ벤처육성ㆍ전자상거래 등을 둘러싼 정통부와 산자부의 충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신산업은 앞으로 더욱 부각될 것이 분명한 만큼 부처간 업무중복에 따른 마찰은 불가피해 정책조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17개 부처가 벤처정책조정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으나 입장차이만 확인하는데 그쳤다. 게임산업 등의 분야에서는 문화부의 주도에 정통부가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 김성부 제우전기 사장은 "정부 부처와 지자체가 쏟아내는 산업 하드웨어구축 계획은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많으나 소리만 요란할 뿐 실속이 없다"며 "기업들이 피부로 실감할 수 있는 정돈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컴퓨터관련업체 71개사가 조합을 구성한 용인정보화단지는 난개발과 오개발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꿈구며 지난 95년 착공했지만 IMF를 맞으면서 98년말 부터 공사중단됐다. 사업중단은 조합의 자금난이 직접적인 이유지만 정보통신부와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정부가 자금까지 지원했다는 점에서 정책조율의 실패라는 지적도 있다. ◇일단 유치하고 보자는 지자체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조달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일단 산업단지부터 유치하고 보자는 전형적인 개발론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는 지역균형발전이 명분으로 삼아 정치논리마저 개입된다. 이 경우 졸속개발에 따른 예산낭비는 물론 지역적 특화도 어렵고 집적효과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현재 수도권에 '한국판 실리콘밸리'를 꿈꾸는 곳만해도 5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토연구원 김용웅선임연구위원은 "지자체의 자율 추진을 탓할 수 없지만 정부지원이 전제될 경우에는 산업정책 효과와 지역균형 및 역할분담 측면에서 고려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장기비전을 정책방향으로 담은 신 산업지도 작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시와 충남이 각각 대덕연구단지 주변에 대전과학산업단지(대전밸리)와 천안에 구상중인 천안밸리는 벤처전용 산업단지라는 점에서 매우 유사한데다 거리마저 가까워 지자체간 과당 경쟁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90년대중반 개발한 광주와 전주의 첨단과학단지가 중복개발에 따른 기업유치실패로 어느 곳도 빛을 보지 못하는 전철을 답습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미 인근 충북 청원에는 오창과학산업단지 및 보건의료단지가 개발중이며, 충청지역에는 136만평에 달하는 산업단지가 미분양인채 방치돼 있다. 정부의 고위관계자는 "지자체들이 정부에 건의하는 프로젝트는 사업성ㆍ타당성을 제쳐두고 겉만 그럴 듯 포장한 채 예산만 요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미분양 산업단지 여의도 10배 지난해말 현재 팔리지 않고 남아있는 미분양 산업단지는 827만평. 분양대상 면적의 6.5%에 이른다. 환란이후인 98년의 8%에 비해 줄었으나 미분양 단지의 대부분이 개발 5년이 넘도록 방치된 악성단지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미분양 산업단지 적체는 정부가 지역균형발전 원칙에 얽매인데다 지자체도 개발과욕과 전문성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착공 10년이 넘도록 절반도 매각되지 않은 전남 영암군 대불단지처럼 정치논리가 개입되기도 했다. 권구찬기자 박동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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