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인 줄 확인하고도 문을 잘 안열어주거나 문을 확 닫을 땐 정말 힘이 쭉 빠집니다. 하지만 군대간 아들에게서 온 편지를 받아든 어머니의 환한 웃음을 볼 때의 뿌듯함, 그 맛으로 일합니다.』22일은 정보통신의 날, 과거 체신부가 정보통신부로 바뀌면서 기념일의 명칭도 「체신의 날」에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지금은「E메일이다」 「 퀵서비스다」 「 문자메시지다」해서 그 소중함이 많이 퇴조했지만 그런 세상의 눈에 아랑곳하지 않고 3형제가 묵묵히 집배원으로 일하고 있는 가족이 있다.
주인공은 최운규(崔雲圭·49·강원 진부우체국)씨, 인규(仁圭·42·서울 동작우체국)씨, 상규(相圭·30·서울 강동우체국)씨 3형제. 이들 3형제는 초고속 온라인이 지배하는 세상에 우직스런 오프라인의 전령으로 뛰고 있다.
『고향 이웃들은 우리집을 「체부(우체부)집」이라고 부릅니다.』
배달 6년째로 접어든 인규씨가 자랑스레 얘기를 꺼냈다. 『둘째와 막내도 모두 제가 이길로 이끌었죠. 막내는 서울 달동네에 배달가서 못하겠다고 울면서 전화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19년째 일을 해오고 있는 맏형 운규씨는 고참답게 넉넉한 웃음을 지었다.
우리나라 우편물은 지난해 36억900만여통. 지난 79년 10억1,900만여통, 89년 21억2,300만여통에 견주어 급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서신류는 30%로 예전에 비해 줄어든 반면 핸드폰·카드 납부서, 세금고지서, 홍보물 등이 급증, 바뀐 세상을 보여준다.
『하루 26㎏가방을 메고 30㎞정도를 이동합니다. 더군다나 IMF를 겪으면서 인원도 많이 감축돼 개인 배달량은 더욱 많아졌죠. 또 매일 걷고 타고 하다보면 온라인 정보면에서는 많이 뒤쳐지는 것 같아 나름대로 컴퓨터 공부도 하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신세대 집배원이라 할 수 있는 막내 상규씨가 어려움을 토로했다.
『집배원은 그 어느 직업보다 책임감과 의무감이 생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면에서 나름대로 보람과 긍지도 찾을 수 있죠. 그래서 두 다리가 움직일 때까지 이 일을 하고 싶습니다.』 3형제는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이들은「정보강국」의 흐름속에서 컴퓨터만의 정보화가 아니라 정말 「사람냄새나는 정보화」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한영일기자HANUL@SED.CO.KR
입력시간 2000/04/21 1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