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위크지 고정컬럼니스트인 로버트 배로 하버드대 교수가 최근호에 “한국호가 고도 성장을 지속하려면 유럽식 복지정책을 피하고, 시장 경제원칙을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쓴 컬럼은 노무현 정부에 좋은 길잡이로 여겨진다. 그는 “한국에선 분배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 동안의 기적을 유지하려면 시장 경제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식 복지제도가 시장 경제 원칙에 위배되고, 성장을 저해하며, 통일에도 큰 부담이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배로 교수의 지적처럼 지금 한국에선 `파이를 더 키울 것인가`, 아니면 `파이를 어떻게 나눠 먹을 것인가`라는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파이가 나눠먹는데 초점을 맞추다가 파이가 줄어들어 오히려 가난한자가 더 가난해 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참여정부가 지향하는 유럽식 복지제도가 치명적 결함을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복지제도는 이른바 `요람에서 무덤까지` 안정된 삶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스웨덴의 경우 직장인이 해고될 경우 실업수당을 고용당시 임금의 80%까지 받고, 스페인과 프랑스에선 각각 70%, 60%까지 받는다. 직장에서 쫓겨나도 굳이 밥벌이를 하기 위해 다른 직장을 구할 필요가 없다. 직장을 잃은 후 5년까지 실업수당을 탈수 있도록 제도화 한 독일은 실업률이 10%를 넘어 실업자 천국이 되고 있다.
이에 비해 시장 경제 원칙이 존중되는 미국에선 해고가 자유롭고, 실업수당이 유럽에 비해 극히 적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은 어떻게 해서라도 새 직장을 찾아야 먹고 살수 있다. 미국인들은 유럽인들에 비해 피곤하게 살지만, 결과적으로 생산성이 높아졌다.
복지 우선 정책은 통일에도 큰 장애 요소가 된다. 서독 정부는 통일 후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여 동독 주민들에게도 서독지역과 똑같은 복지제도 혜택을 부여했다. 독일의 통일 비용이 엄청났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또 통일이 되면 서독의 공장들이 저임금의 동독 근로자를 고용해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 기대도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은 통일후의 엄청난 비용과 사회 시스템의 혼란을 미리 막기 위해서라도 분배 우선 정책이 지양할 필요가 있다.
지난 40년 동안 피땀 흘린 결과로 한국은 조금 배가 불러 졌지만, 아직 파이를 키워야 할 때다. 성급한 분배 우선 정책이 지난 40년간의 국부를 허무는 결과를 가져 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