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감세정책의 한계

10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뤄 새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경제활성화를 지탱할 두 바퀴인 규제 완화와 세금 감면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쏟아내고 있는 발언들을 보면 앞으로 대폭적인 세제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이명박 정부의 세제 개혁은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모토에 맞춰 부의 재분배라는 측면보다는 기업경쟁력 제고에 초점이 두어졌다. 최근 대기업들이 줄곧 요청해왔던 ‘연결납세제도’의 추진 의사를 밝힌 것만 봐도 앞으로 이뤄질 세제 개혁의 지향점을 쉽게 알 수 있다. 핵심적인 선거 공약이었던 법인세 인하 문제만 하더라도 정치적 시혜로서가 아니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게 이명박 정부의 논리이다. 이미 싱가포르가 법인세를 20%에서 18%로 내렸고 홍콩이 올해부터 18.5%로 낮춘 데 이어 대만도 오는 2010년까지 법인세율을 7.5%포인트나 내릴 계획이라는 것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모두 25개국이 법인세율을 내렸고 올린 국가는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전세계가 조세 인하경쟁에 돌입했으며 한 해라도 먼저 저세율로 가야 유리하다는 게 소신이자 로드맵인 셈이다. 참여정부가 종합부동산세 등을 도입하고 급격한 과표현실화를 시행한 것은 물론 지난 2006년에는 10%인 부가가치세를 12%로 인상하는 방안까지 거론했던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정말 정권 교체가 일어났음을 실감하게 한다. 이 세상에 좋은 세금이란 없다고 본다면 감세정책을 탓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감세정책에는 피할 수 없는 결점이 있다. 먼저 세수 결손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오죽하면 OECD까지 나서서 조세경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겠는가. 경쟁적인 세율 인하가 자본 유치 효과도 없이 재정 적자만 야기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미 참여정부의 재정 확대정책으로 국가 채무가 급증한 게 우리의 현실이다. 2002년 말 133조원이던 국가채무는 2007년 말 302조원으로 늘어났다. 다음으로 감세정책의 효과가 더디고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경기에 미치는 다양한 요인을 감안할 때 세율 인하가 바로 경제지표를 개선시킨다는 뚜렷한 증거도 없다. 세금이 줄면 세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공급경제학을 모토로 삼은 레이거노믹스를 뒤돌아볼 때 그 근거가 됐던 래퍼 곡선은 이미 실증적 효력을 잃어버린 것으로 판명 났다. 세계대전 이후 베이비 붐 때 태어난 세대가 핵심 생산인력이었던 레이건 집권 시절의 미국 경제가 좋아진 저변에는 생산성은 높아진 반면 실질임금은 도리어 하락했던 게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무차별적인 감세정책의 심각성을 깨달은 미국 의회는 1990년 예산집행법에 수입지출 연동 방식을 도입했다. 감세액에 해당하는 만큼 재정 지출 절약 방안을 마련하라는 주문이었다. 소비세 강화와 소득세 완화라는 세계적인 추세를 감안할 때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은 법인세와 소득세를 낮추고 대신 부가가치세 등 소비세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4ㆍ9 총선을 앞둔 탓인지 몰라도 벌써부터 영세 자영업자도 근로소득자처럼 교육비와 주거비 지출비용을 소득공제해줘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률이 낮은 상태에서 소득공제만 해준다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간접세 비중이 높아 조세의 형평성 제고가 미진했던 점을 감안하면 부가세 인상안이 세수 보전은 미미한 대신 소득의 양극화 성향만 더 악화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또한 소득세 인하가 고소득층의 소비를 늘려 세수가 증대할 것이라는 주장도 최근 해외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면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낮은 세율과 넓은 세원’은 모든 정부의 꿈이다. 반면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나랏빚을 더 늘리지 않으면서 공평하고도 여유로운 세제 개혁을 완성하려면 더 많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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