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6년 1월23일 중국 협서성. 지축을 울리고 땅이 꺼졌다. 범람한 강물이 할퀴고 간 자리에는 동사자가 속출하고 전염병까지 돌았다. 사망자 83만여명. 사상 최악이라는 중국 산시대지진의 개요다. 중국의 등주지(鄧州志)에는 ‘서북쪽에서 비바람이 치고 맹수와 새가 울부짖더니 번개와 지진이 일어났다’고 적혀 있다. 공포정치로 유명한 명나라 가정제(嘉靖帝) 34년에 일어난 일이라 ‘자징(嘉靖)대지진’으로도 불리는 산시대지진의 위력을 현대과학으로 추정한 규모는 리히터 지진계로 최소 8.4도. 진원지는 물론 중국 전역이 흔들렸다. 여진도 다섯차례 이상 발생했다. 인명 피해가 컸던 이유는 수많은 동굴이 무너졌기 때문. 무른 땅을 골라 동굴을 파 혈거(穴居)생활을 하던 가난한 사람들이 주로 깔려 죽었다. 지진은 자연과 생태계마저 변화시켰다. 지진 지대를 살펴 본 한 왕족은 ‘로서(露書)’라는 저술을 통해 ‘강줄기가 변하고 수위가 하락했으며 한겨울에 풀이 돋아났다’는 기록을 남겼다. 원시적 혈거생활과 비위생적 환경 때문에 사망자가 많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재앙은 시공간을 가리지 않는다. 1976년 7월 중국 탕산(唐山)에서 발생한 진도 7.5짜리 대지진에서는 25만5,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2004년 말 인도양을 휩쓴 대형 쓰나미(진도 9)는 28만3,106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대재앙은 남의 얘기가 아니다. 한국에서도 지진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진의 원인 중 하나인 활성단층대도 많다. 대응책이 없을까. 방법은 단 하나. 경보체계와 내진(耐震) 능력을 키운다면 어느 정도는 견딜 수 있다. 주말 전국을 움츠리게 만든 진도 4.8짜리 지진을 일본은 연간 수백차례씩 겪지만 무사하다. 건물의 내진 설계와 신속한 경보체계 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