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가야금 사랑 40년…장애는 잊었죠"

초등학교때 소아마비<br>국악인 선영숙씨

선영숙(51)씨

“몸이 불편하더라도 자기 분야에서 실력을 갖추면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광주ㆍ전남에서 가야금 연주활동을 하고 있는 선영숙(51)씨는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지만 여느 국악인 못지않게 활발한 연주활동과 후학양성에 힘을 쏟고 있어 국악계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선씨는 초등학교 다닐 무렵 가야금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의 집을 자주 왕래하던 큰 고모부인 무형문화재 고(故) 임동선 선생의 가야금 타는 모습과 단아한 가야금 소리에 매료되면서부터다. “아버님이 굉장히 엄해 처음에는 제가 가야금 배우는 것을 반대하셨지요. 그런데 가야금을 타면 마음이 편안해져 열심히 배우기로 마음을 먹었지요.” 선씨는 초등학교 때 소아마비를 앓아 이후 거의 독학하다시피 가야금을 배웠다. 현재 광주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국악연구원을 운영 중인 선씨는 가야금 6개 유파 중 4개 유파를 통달할 정도라고 한다. 보통 가야금 연주자의 경우 1~2개 유파를 섭렵하는 것에 비하면 ‘실력가’로 평가받고 있다. 선씨의 남편은 지난 80년 서울시립관현악단원으로 활동하다 아내 선씨와 함께 국악활동을 하기 위해 광주에 내려와 현재 전남도립국악단 지휘자로 활동하는 등 ‘부부 국악인’으로도 유명하다. 선씨에게 아쉬움이 있다면 몸이 불편해 가야금 공연 기회를 자주 갖지 못하는 것이다. 그는 “70년대 광주시립국악원(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전신)에서 활동할 때는 1주일에 1~2번 공연을 했는데 지금은 1년에 3~4번 공연을 한다. 아름다운 가야금 소리를 여러 사람과 함께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자주 갖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몸이 따라주지를 못한다”고 말했다. 선씨는 몸이 허락하는 한 눈에 흙이 들어갈 때까지 가야금을 두손에서 놓지 않겠다고 한다. 그는 “가야금은 초보생들이 연주해도 선율이 아름답고 사람들의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며 “우리음악을 세계에 빛낼 후학 양성에 더욱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말 한마디 해달라는 주문에 “40년 동안 가야금을 연주하면서 장애인이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며 “자기 분야에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