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서울고법 “증권사직원 작전가담 회사도 책임”

비리여부 상관없이 포괄책임 인정<BR>대법서 확정판결땐 집단소송 줄이을듯

이번 판결은 증권사가 직원의 비리행위를 전혀 몰랐다고 하더라도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법원은 일반회사와 달리 증권업무만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의 특수성을 들어 손해배상 책임을 적극 인정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일개 직원의 불법행위에 대해 관련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사측이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는지의 여부. 시세조종에 참여한 직원 안씨는 D증권 고객 중 기관투자가들의 계좌와 비밀번호를 도용, 새로운 사이버 계좌를 개설하고 이른바 ‘물량털기’를 감행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안씨가 회사 단말기를 통해 쉽게 기관투자가들의 계좌번호를 빼낼 수 있었던 점, 안씨가 도용한 계좌로 사이버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방치한 점 등에 비춰 안씨의 사용자인 대우증권의 관리소홀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증권ㆍ투신사들은 집단소송이라는 태풍의 사정권 안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재판부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는 주식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인 만큼 일개 직원이 회사 업무 시스템을 이용, 비리를 저질렀을 경우 일반 회사와 다른 고도의 배상책임이 부과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집단소송 전문 김주영 변호사(법무법인 한누리)도 “증권ㆍ투신사의 업무 특성상 작전과 아무 관련이 없다 하더라도 대우증권 사례가 발생할 경우 사측은 집단소송 대상”이라고 말했다. 증권ㆍ투신사에 이번 판결은 엄격한 직원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만약 대우증권 사례와 같은 이유로 집단소송에 피소됐을 경우 해당 증권사 등은 개인의 비리행위와 상관이 없음(무과실 입증)을 밝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권ㆍ투신 업무의 특성상 직원이 불법행위에 회사 단말기 등을 이용할 가능성이 커 무과실 입증이 결코 쉽지 않다. 한편 증권업계는 “직원의 집무집행 범위 내에서만 이뤄져야 하는 사용자의 책임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해석한 판결로 부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D증권 컴플라이언스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직원의 계좌관리 소홀의 책임이 있지만 주가조작 관련 자체에 대한 고의과실ㆍ중과실 행위에 의한 책임은 면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이번 판결로 직원의 개인적 불법행위로 해당 증권사의 고객뿐 아니라 주가조작 대상종목에 투자한 소액투자자들의 손해배상으로 책임범위가 확대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사실상 현재 직원대상의 교육강화 외에 직무 관련 범위 밖의 불법행위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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