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국내외 경제전문가에 듣는다] <1>글렌 허버드 美컬럼비아대 경제학교수

"노사안정·리더쉽 회복이 한국경제 회복 당면과제"<br>세금감면등 소비 인센티브 추진해야 '脫코리아' 경쟁력강화엔 도움될수도

[국내외 경제전문가에 듣는다] 글렌 허버드 美컬럼비아대 경제학교수 "노사안정·리더쉽 회복이 한국경제 회복 당면과제"세금감면등 소비 인센티브 추진해야 '脫코리아' 경쟁력강화엔 도움될수도 글렌 허버드 美컬럼비아대 경제학교수 “한국 경제가 침체의 늪을 빠져 나오느냐 장기불황의 길로 접어드느냐는 두 가지 과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에 달려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노사관계 불안과 대통령의 리더십 확보 문제입니다. 장기적으로 나는 한국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확신합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와 국민이 두 가지 과제를 훌륭하게 처리했을 때라야 이런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입니다.” 컬럼비아 대학교의 글렌 허버드 교수는 한국 경제의 당면과제를 이렇게 설명했다. 허버드 교수는 벤 버난케 FRB이사 및 마틴 펠드스타인 전미경제연구소(NBER) 소장, 밥 맥티어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 존 테일러 재무차관 등과 함께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에 이어 미국의 중앙은행을 이끌 인물로 꼽히고 있다. 그는 아버지 부시와 조지 W 부시 정권에서 백악관 경제자문회의(CEA) 의장을 맡았고 감세정책을 수립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뉴욕 컬럼비아 대학교의 우리스(URIS) 홀에 있는 그의 연구실에서 한국과 세계 경제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들어봤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세계 경제는 살아나고 있지만 한국 경제는 서광이 비치지 않습니다. 한국 경제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나와 마찬가지로 동료 학자들도 한결같이 한국의 노사관계가 불안정해 외국인들이 투자를 꺼린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고 있습니다. 한국은 비탄력적인 노동시스템을 구조적으로 개혁하고 선진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는 노동자와 사용자, 정부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일방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정책 당국자들의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능력에 대해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니지만 노 대통령이 선언한 동북아 금융허브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치뿐 아니라 경제 분야에서도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는 리더십이 뒤따라야 합니다. -노사관계 악화뿐 아니라 한국 기업들의 ‘탈(脫)코리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만…. ▦한국의 대기업과 중소 기업들이 중국과 동남아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습니다. 이는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미국도 정보통신 등 여러 분야에서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인도, 중국 등 해외로 옮기고 있고 해외의 고급 인력들을 아웃소싱(Outsourcing)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실업자 양산을 우려하고 있지만 아웃소싱을 통한 긍정적인 효과가 더욱 큽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해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고 이는 국제 무대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원천으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국내 고용 감소로 산업공동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많은데요. ▦기업들은 이익에 따라 움직입니다. 기업들의 아웃소싱도 생존전략의 하나이고 이는 비단 한국과 미국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일부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국내 고용이 줄어드는 문제점은 있지만 거시적으로 본다면 더 큰 이득을 안겨줄 것입니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과 동남아로 터전을 옮긴다고 해서 경제기반이 무너진다고 얘기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아웃소싱은 대세를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인 현상이 되고 있으며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한국과 중국 제품은 세계시장에서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국의 경제성장은 한국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요. -▦중국은 올 1분기와 2분기 모두 9% 이상의 고속성장을 이어가면서 세계경제 회복의 구원투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벗어나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핵심업종을 집중 육성하며 기술집약 산업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이 중국과 경쟁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국의 경제성장은 한국 경제에 더 큰 선물을 안겨줄 것입니다. 물론 중국으로부터 수입이 이전보다 더욱 늘어나겠지만 수출도 증가할 것입니다. 국제 무역은 어느 일방이 이익을 가져가는 제로섬(Zero Sum)이 아니라 쌍방이 공동의 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 윈-윈(Win Win) 게임입니다. 중국의 경기호전은 중국과의 교역비중이 높은 한국과 일본, 동아시아 국가에 좋은 보약이 될 것입니다. -틸淺努缺犬?중국경제 성장은 그리 큰 고민거리가 아니라는 말씀이군요. 그러면 앞으로 한국 경제가 풀어야 할 숙제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앞으로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5.5% 수준에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한국 경제의 성장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이 계속 이어진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수출 호조세가 꺾인다면 한국 경제의 앞날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한국 경제는 지독한 내수부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소비대출을 장려하기 위해 금융 회사들이 신용카드 발행을 남발하면서 신용불량자가 양산되고 경기침체와 맞물려 내수소비가 꽁꽁 얼어 붙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내수진작을 통한 경기부양을 위해 세금감면 등 소비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정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감세정책이 소비증가, 기업 시설투자 증가, 고용확대 등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며 경기회복으로 이어진 것을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수 회복이 따라주지 않을 경우 한국의 GDP 성장률은 하향 조정될 수 밖에 없습니다. 수출 하나만으로 경제를 지탱하기에는 위험요인이 많습니다. 특히 한국경제는 무역의존도가 높고 원유 등 원자재 수입비중이 높아 해외변수에 상당히 취약합니다. 내수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정책 당국자들은 고민해야 합니다. 한국 경제가 이 과제를 현명하게 해결한다면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전망은 밝을 것입니다. -미국은 한국의 중요한 수출시장입니다. 미국의 재정정책에 깊숙이 관여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미국 경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미국 경제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비가 살아나고 고용이 회복되고 있는 것은 미국 경제가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형성 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앞으로 1년간 실질 GDP는 4%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며 앞으로 수십 년간 인플레이션 압력을 잠재운 채 시장 전문가들이 예 상하는 것 보다 훨씬 양호한 성적을 보일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배럴 당 40달러에 육박하는 국제유가가 성장 과실을 갈아먹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그린스펀 FRB 의장도 국제유가를 유심히 관찰 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맞습니다. 이라크 전쟁 등 중동지역 불안으로 급등하는 유가가 위협요인으로 남아있습니다. 배럴 당 10달러 가량 유가가 상승할 경우 미국의 GDP는 0.3%포인트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등 국제유가가 경기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린스펀 의장도 이 점을 강조하고 있지요.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단기금리는 상당히 큰 폭으로 오를 것입니다. FRB가 중립적인 금리정책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는 점진적이지만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릴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금리상승이 주택, 부동산 등 자산거품을 붕괴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시장 참여자들이 FRB의 의도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어 금리인상 충격을 별다른 문제없이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금리상승의 충격은 그리 크지 않지만 국제유가 상승이 경기회복에 장애물이 된다는 말씀이군요. 그렇다면 중국 경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경착륙(하드랜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중국은 연착륙(소프트랜딩)에 성공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아직은 과도한 경제성장과 물가 불안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아 있지만 연착륙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 경제가 올해 1분기와 2분기 모두 9% 이상의 경제성장을 기록하는 등 중국 경제가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중국 금융당국이 신규대출을 줄여 통화량을 조절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중국경제가 경착륙할 경우 한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는 치명타를 입을 것입니다. 특히 중국과의 교역비중이 높은 한국은 내수침체와 수출감소로 이중고를 겪을 가옌웰오笭윱求? 한국은 중국에서 원자재를 수입한 후 제품을 만들어 해외로 수출하는 무역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중국 경제의 경착륙은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안겨 줄 수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철저하게 분리돼 있지 않아 부실대출 문제가 경제안정을 위협하는 뇌관으로 평가되는데요…. ▦중국 경제는 높은 성장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은행 등 금융시스템이 취약해 부실대출이 많다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는 분명히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입니다. 비록 중국의 저축규모가 세계 최고를 자랑하고 있지만 자본의 불합리한 분배는 투자와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지요. 일부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중국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지만 중국이 금융시스템을 선진화하고 투명경영을 강화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중국이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보다 은행, 증권 등 금융시스템을 체계적으로 ㅊ舟求?것이 앞으로 중국 경제를 위해 더욱 중요하다고 봅니다. 글렌 허버드는 "부시행정부와 경제코드 일치 차기 FRB의장 후보로 거론 글렌 허버드는 지난 91년부터 2년간 미국 재무차관보로 재직하면서 당시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을 주도해 미국 경제가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는 현 부시 대통령의 경제자문 위원회 의장을 역임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제정책 위원회 의장직도 맡고 있다. 그래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국제 경제 전문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센트럴 플로리다 대학을 졸업한 후 하버드 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사학위를 딴 후에는 하버드 비즈니스스쿨과 시카고 대학교에서 교환교수로 일했고 노스웨스턴 대학교를 거쳐 지난 88년 컬럼비아 대학교로 옮겼다. 화려한 교수생활과 함께 재무관료로서도 그는 뛰어난 업적을 인정 받고 있다. 국가 경제조사국에서 일하면서 통화정책 및 공공경제, 기업금융, 산업조직, 의료보험 등 다방면에 걸쳐 정책을 입안했다. 의회 예산국을 포함해 경쟁위원회, 자본형성위원회, 조세위원회 등에서 고문으로도 일했다. 부시 행정부가 그를 차기 FRB 의장 후보 중 한명으로 거론하고 있는 것은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경제통인데다 그가 공급위주의 경제정책을 강조하고 있어 부시 정부의 경제코드와도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는 정치, 경제적으로 중도적인 보수주의자로 평가된다. 그는 경제 관련 칼럼을 통해 날카로운 분석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비즈니스위크와 월스트리저널, 뉴욕타임즈, 파이낸셜타임즈, 워싱턴포스트, 요미우리신문 등 세계 주요 신문과 경제전문잡지들이 그의 칼럼을 싣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약력 ▦센트럴 플로리다 대학 졸업 ▦하버드대학교 경제학박사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교수 ▦노스웨스턴 대학 교수 ▦컬럼비아 대학 교수 ▦미국 재무차관보 ▦컬럼비아대학교 경영대학원장 뉴욕=서정명 특파원 vicsjm@sed.co.kr 입력시간 : 2004-08-0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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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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