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선출직 지도자로는 가장 긴 22년 동안 말레이시아를 통치해 온 마하티르 모하마드(77) 총리가 오는 31일 퇴임한다. 독재자란 비난에 대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아직 건강할 때 물러나는 독재자”라고 응수할 만큼 자신에 찬 그는 이제 압둘라 아흐마드 바다위 부총리에 전권을 넘기고 2선으로 물러나게 됐다.
마하티르는 말레이시아의 급속한 경제 발전을 주도, 일부에서는 신격화에 가까울 정도로 추앙을 받고 있다. 실제 그의 연설을 기초로 한 `총리의 사상`은 국립대학교 학생들의 필수 과목으로 지정될 만큼 말레이시아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마하티르 사상 전집(전 10권)`은 영어와 아랍어로도 출판됐다. 특히 서방 세계와의 마찰에도 불구하고 이슬람 온건파와 제3세계를 지속적으로 대변, 국제 사회에서의 말레이시아 위상 제고에도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는 부정적인 그림자도 함께 따라 다니고 있다. 개발 독재로 말레이시아가 20년 전보다 경제적으로는 나아졌지만 성숙한 민주국가, 활력있는 시민국가로 발전하는 데는 걸림돌이 됐다는 것. 실제 야당에서는 그의 통치를 통해 말레이시아의 경제 인프라는 구축됐지만 국민의 정신은 3류 수준으로 퇴보했다는 비난이 거세다.
인도계 이민 출신 교사 아버지와 말레이계 어머니 사이의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마하티르는 1953년 싱가포르의 킹 에드워드 7세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고국에 돌아와 공중 보건의로 사회에 첫발을 내 디뎠다. 1964년 통일말레이전국기구(UMNO) 소속 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한 그는 1978년 UMNO 부총재를 거쳐 1982년 말레이시아의 4대 총리에 올랐다.
<정구영기자 gy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