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그룹이 올 상반기내로 계열사의 실적 평가 기준을 철저히 사업부 단위로 바꿔 무한경쟁을 유도하기로 했다.
삼성 구조조정본부는 11일 계열사의 경영계획 수립ㆍ평가 때 손익 기준을 엄격히 적용키로 하고 조만간 사업부 이익 평가 기준을 `공헌이익`에서 `영업이익`으로 전환토록 하는 지침을 내려보낼 방침이다. 삼성은 이 평가 기준을 전자ㆍSDIㆍ전기 등 전자 계열사에 먼저 도입한 뒤 점차 전 그룹사로 확대키로 했다.
공헌이익이란 삼성의 사업부에 대한 내부 평가 기준으로 특정 사업부가 해당 회사의 다른 사업부나 계열사에 공헌한 게 있으면 이를 실적 평가 때 고려해주는 제도다.
예컨대 전세계적으로 LCD 공급이 부족, 가격이 오르는 상황인 데도 삼성전자의 LCD 사업부가 LCD TV를 생산하는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에 부품을 경쟁사보다 싸게 제공했다면 이를 연말 평가 및 성과급 등에 반영해 주는 것.
하지만 평가 기준을 영업이익으로 바꿀 경우 각 사업부는 다른 경쟁사와 제휴 및 상호간 납품 물량의 확대를 적극 추진하는 게 불가피하게 된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는 각 사업부를 철저한 독립 채산제로 운영,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라며 "사업부별 경쟁이 더 심화되면서 다른 사업부의 사정을 어느 정도 봐주는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지고 `내 식구가 더 무섭다`는 얘기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공헌이익이란 개념은 내부적인 사업부 관리 기준으로 외부적인 실적 발표나 분식 회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전제한 뒤 "이 같은 기준 변경으로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는 부차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형욱기자 choihu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