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R&D투자와 특허정보

정태신 특허청 차장

특허란 경제주체들이 개발한 새롭고 진보된 기술에 대해 국가가 일정기간 독점적권리를 주는 제도다. 그러나 국가는 개발자에게 독점권을 인정하는 대신 출원일로부터 1년6개월이 지나면 그 기술내용을 일반에 공개한다. ‘내’가 개발한 기술일지라도 이를 혼자만 이용하지 않고 ‘남들’도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특허제도의 요체는 ‘독점’과 ‘공개’에 있다. 경제주체들 인식전환 필요
개발된 기술을 공개함으로써 남들이 보는 혜택은 무엇인가. 가장 큰 혜택은 우리들의 생활이 편리해지고 윤택해지는 것이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해놓고 그 기술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가정해보자. 중복 연구개발(R&D)투자 방지도 기술공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다. 전구발명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아 다른 사람들이 계속 전구개발에 매달린다면 얼마나 큰 낭비인가. 또한 기술공개는 그 기술을 토대로 보다 진보된 기술의 개발을 가능하게 한다. 출원 후 공개되는 기술과 심사를 거쳐 권리로 등록된 후 공개되는 기술 등을 ‘특허정보’라고 한다. 현재 특허청은 1억건이 넘는 국내외 특허정보를 갖고 있다. 그러나 엄청난 양의 특허정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별 의미가 없다. 특허정보는 제대로 공개됐을 때, 즉 세상에 널리 알려져 각 경제주체들에 의해 적극적으로 활용될 때 비로소 그 가치를 발휘하는 것이다. 그러나 특허정보의 활용은 말처럼 잘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선진국에서조차 상당히 미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지난 95~98년 정부 부문에서 수행한 R&D 사업 중 이미 개발돼 특허까지 받은 기술을 다시 개발한 과제가 무려 65%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도 지난해에 총리실이 발표한 ‘지적재산전략대강’에서 R&D관련 부처들에게 특허정보 활용을 위한 특허청과의 업무협력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다만 민간 부문에서는 특허정보의 활용이 비교적 활발한 것으로 보인다. 특허정보를 가공해 기업이나 개인에게 판매하는 특허정보서비스 산업도 상당히 발달돼 있고 많은 대기업들은 특허정보지원부서를 둬 R&D활동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우리나라도 정부 부문에서 연간 약 5조원, 민간 부문에서 약 13조원의 R&D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는 과연 특허정보를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을까. 우리 역시 개선의 여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최근 민간과 정부 모두가 특허정보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졌고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앞으로의 전망은 밝다. 그러면 특허정보 활용을 더욱 촉진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첫째, 정부 부문에서 특허정보 활용에 적극 앞장서야 한다. 국가 R&D 사업의 기획, 과제선정, 평가의 각 단계에서 특허정보를 활용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최소한 이미 개발된 기술이 다시 개발과제로 선정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특허정보의 활용은 제도화를 통해 시스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과학기술부ㆍ산업자원부ㆍ교육인적자원부 등 일부 부처를 중심으로 이미 특허정보 활용이 제도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둘째, 민간 부문의 특허정보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특허정보서비스 산업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는 특허정보원과 여러 특허정보서비스 업체들이 있지만 아직 시장규모도 작고 영세해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민간의 특허정보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선진국처럼 특허출원시 선행기술조사결과를 첨부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적극 활용해야 가치 발휘
셋째, 특허정보서비스 부문에서 시장기능을 보완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특허청은 특허정보원을 통해 현재 약 2,800만건의 국내외 특허정보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데 앞으로 그 폭을 점차 넓혀나가야 할 것이다. 업계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특허지도(PM) 및 신기술 동향 조사사업과 중소기업이나 개인이 R&D에 착수하고자 할 때 종합적으로 자문하는 특허기술진단사업도 확대,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여러 가지 발전방안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특허정보 활용에 대한 인식제고다. 모든 경제주체들이 특허정보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갖고 필요한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을 때 연간 18조원에 이르는 R&D 투자의 효율이 높아지고 국가경쟁력도 그만큼 강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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