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안에 65만개에 이르는 금융기관의 오류 주민등록번호를 정리한다는 금융감독원의 계획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고객의 주민등록번호를 유출하는 것이 금융실명제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고객 신용정보를 금감원에 제출하는 것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2일까지 모든 고객들의 주민등록번호를 제출하도록 각 금융사에 요청했지만 고객정보를 제공한 은행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들은 현행 실명제법상 고객의 신용정보를 금융감독당국에 제출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들어 금감원의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올해안에 행정자치부의 협조를 받아 시중은행은 물론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신협 등 금융거래와 관련한 주민등록번호를 정비한다는 금감원의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의 사전동의를 받지 않고 관련정보를 제출할 경우, 고객의 비밀보장 의무와 실명제법을 위반하게 된다”며 “실명제법에 예외조항을 만들지 않는 한 고객들의 정보를 금감원에 제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과 은행연합회는 신용불량자들 가운데에서도 주민등록번호 오류고객이나 사망자, 이민자, 이중국적자 등이 상당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이를 한꺼번에 정리할 계획이다.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