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첫 방일을 계기로 일본문화 개방 논의가 또다시 한창이다. 그러나 이번 개방논의는 그동안 일본에 대한 정서적 벽을 없애자는 선언적 차원을 넘어 일본문화 수입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방안이 거론될 전망이어서 주목된다.
사실 일본문화 개방은 과거사나 독도 영유권 문제 등 첨예한 정치 사안 때문에 뒷전으로 밀려왔다. 정부는 개방 원칙을 밝히며서도 『대일 협상카드가 없어진다』며 일본문화에 대해 이중적 태도를 보여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문화는 이제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아니라 급성장하는 문화산업의 하나로 인식, 전향적으로 받아들여 국내 경쟁력을 키우는데 활용해야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金대통령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관계의 역사적 진실은 계속해서 밝혀나가겠지만 정치 사안에 발목을 잡히지말고 일본문화를 단계적으로 개방해가겠다는 뜻을 천명할 계획이다.
얼마전 삼성경제연구소가 일본 대중문화 개방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내놔 주목을 끌었다. 보고서는 2002년 국내 영화 음반 비디오 및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는 1조원이 넘겠지만 이중 국내생산물은 절반에도 못미치는 4,233억원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국내업자들이 입게될 수입감소는 200억~250억원으로, 이들 총수입의 5~6%로 나타났다.
특히 국산물이 전무에 가까운 애니메이션 시장은 매년 100억원 가량 늘어나면서 일본제품이 이중 70억원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일본은 소설, 만화, 영화 등이 멀티미디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으로 상품화해 이른바 복합 문화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걸음마 단계로 이현세의 만화「아마겟돈」이 영화로 올려졌으나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따라서 우리 시장은 더욱더 확연하게 미국의 디즈니와 일본 영상만화의 각축장이 될 전망이다.
문화적 침식을 우려, 보고서가 최대한 개방을 늦추도록 권고하고 있는 방송시장도 이미 활발히 수입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민방 부산방송이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스팀 경기의 생중계를 하고 있고 SBS는 일본 인기만화 시리즈 「슬램덩크」를 방송하고 있다. 또 일본 국영방송인 NHK 위성방송에 이어 국경을 넘는 일본 디지털 위성방송의 전파도 소리없이 진행되고 있다.
관련업계 전문가는 이와관련, 『일본 위성방송이 개방된다면, 국내 대기업이 일본서 위성을 통해 한반도로 전파를 쏴도 규제할 길이 없다』며 『방송 개방은 방송법에 대기업·언론사의 위성방송 참여를 허용하느냐는 논쟁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의 할리우드처럼 일본 대중 문화산업도 단계적 개방에 맞춰 자본과 노하우로 완전 무장, 한국 공략의 채비를 갖추고있다. 국경없는 전파과 인터넷시대에 이제 일본 문화는 개방 여부가 아니라 대응책 마련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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