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당국의 대출 규제가 주요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으로 번지는 등 관치의 불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금융감독 당국의 대출 배급제에 견디다 못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대폭 인상하는 방법으로 소비자들의 수요를 통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마저 급등세로 전환되면서 대출 금리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최대로 오르는 이자폭탄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해 대출 상환을 포기한 사람들의 아파트 급매물이 줄줄이 나올 것으로 보여 국내 부동산시장의 경착륙마저 우려되고 있다.
25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의 부동산대출 규제의 여파로 주요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리고 있다.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은 최근 영업점장 우대금리를 기존 최대 0.90%포인트에서 0.70%포인트로 0.20%포인트 전격적으로 낮췄다.
금리 할인 여지를 줄이는 방식으로 사실상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국민은행은 또 본부승인금리를 제한적으로 운영해 할인폭을 추가로 줄였으며,다음달 3일부터는 근저당권 설정비용을 소비자에게 부담시키는 방식으로 금리를 0.20%포인트 추가 인상할 계획이다.
신한은행도 조만간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영업점장 전결권을 고객에 따라 0.20~0.
50%포인트 줄일 계획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장 전결권 축소는 그만큼의 신규대출 금리 인상으로직결된다"며 "하지만 일괄적인 금리 인상폭보다 은행 기여도에 따른 차등인상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SC제일은행도 최근 우대금리를 0.50%포인트 가량 폐지했다.
SC제일은행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고객들의 평균 금리가 한달여 만에 연5.8%에서 6.3% 수준으로 올라갔다.
하나.우리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각각 0.80%, 0.20%포인트 인상한 이후 국민.신한.SC제일은행이 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함에 따라 사실상 모든 시중은행들이신규대출에 대한 독약처방을 내린 셈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CD금리와 은행측이 부과하는 가산금리를 합해 결정되는데,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을 통해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CD 금리마저 급등세를 보이면서 불난 데 기름을 뿌리는 격이 되고 있다.
25일 기준 91일물 CD 금리는 연 4.55%로 6월 콜금리 인상 전의 연 4.36%에 비해0.19%포인트나 급등했다.
CD 금리는 지난 7일 연 4.36%였지만 콜금리 인상과 동시에 0.05%포인트 급등한후 점차 가파른 상승세로 전환하고 있다.
22일에도 0.04%포인트 급등할 만큼 진정 기미와는 거리가 멀다.
CD 금리와 가산금리가 동시에 오르면서 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5일 연 4.97~6.37%에서 26일에는 5.36~6.56%로 0.39%포인트나 급등했다.
다음달 3일 가산금리 인상까지 반영하면 0.59%포인트 인상되는 것으로, 1억원을대출받은 고객 기준으로 한달도 안돼 1년 부담 이자가 59만원 늘어나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선임연구원은 "대출금리가 이같이 급격하게 오르는 것은 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이자폭탄 수준"이라며 "다만 기존 대출자들은 가산금리인상폭을 제외하고 CD 금리 상승폭만 반영된다는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여신부서 관계자는 "감독당국의 압력으로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CD금리가 오르는 데다 가산금리까지 급격히 상승하면서 다음달부터 주요시중은행들이 영업을 재개해도 사실상 신규 대출을 받지 말라는 얘기와 같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주요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신규 영업을 아예 중단하면서 신규고객들은 돈을 구할 곳을 찾지 못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국내은행 문턱에서 돌아선 고객들이 외국계 은행이나 보험사 등을 떠돌고 있다.
이 와중에 일부 은행 창구에서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 판매까지 거부하면서서민들은 더욱 궁지로 빠지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인상되고 있는 대출금리가 고객들의 금리변동주기에 맞춰 실제로 반영되면 대출상환을 포기하고 급매물로 집을 내놓는 고객들이 줄줄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