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유가격이 요동칠 것이라고 예측하고 2003년부터 원유 선물시장에 투자해 1억2,500만 달러의 천문학적 수입을 챙긴 한 트레이더가 화제다. 주인공은 씨티그룹 산하의 독립 상품트레드 회사인 필립프 브러더스를 총괄 지휘하는 앤드류 홀(57).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영국 옥스포드대 화공학과 출신인 그는 5년 전인 2003년 국제 원유시장에 중대한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중국과 인도의 급격한 부상. 이들 국가의 빠른 산업화로 원유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 균형이 깨질 것이라고 믿었던 그는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3~5년 장기 선물과 옵션 거래를 하겠다고 회사에 제안했다. 홀은 톰마스 매허러스 씨티그룹 트레이딩 총괄 책임자를 찾아가 자신의 베팅 계획을 설득해 관철시켰다.
앤드류 홀은 2003년부터 3~5년짜리 선물을 헐값에 닥치는 대로 사들였다. 2003년 국제 원유시장에서 2005년 인도분 선물가격은 현물 보다 20%저렴했다. 석유 생산자가 안정적 판로를 유지 위해 할인한 탓이다. 그는 미래의 특정 시점에 원유를 살 수 있는 권리인 콜 옵션도 대량으로 매입했으며, 원유 뿐만 아니라 천연가스도 선물거래로 사들였다.
홀의 예상은 정확히 적중했다. 2005년부터 국제가 유가가 치솟았고, 선물과 현물 가격의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그는 국제 유가의 급등세로 2년 전 미리 사 놓은 원유 선물과 콜 옵션을 통해 2005년 씨티그룹에 8억 달러에 이르는 세전 이익을 안겨줬다. 홀 역시 그 해에 1억2,500만 달러의 수입을 챙겼다.
이는 당시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였던 찰스 프린스보다 5배나 많은 것일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의 석유업체인 엑손모빌의 리 레이먼드 CEO가 챙긴 7,000만 달러보다도 2배 가량 많은 것이다. 홀은 최근 5년 동안 2억5,000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가 1992년 설립한 필립프 브러더스는 코네티컷 주 시골 농장을 개조한 트레딩 룸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으며, 외부 손님을 맞을 안내데스크도 없을 정도로 외부와 철저히 차단돼 있다. 필립프 브러더스는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휘청댄 씨티그룹 총 수입의 10%를 벌어들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