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대그룹, 현대건설 되찾다] 자금조달은 어떻게

현대상선 3兆 이상 확보… 동양종금·佛은행서도 2兆 충당<br>인수가 5조5,000억 추정속 이자 비용 등 부담될 가능성<br>시장 '승자의 저주' 우려에 현대그룹선 "문제없다" 일축

김효상(왼쪽) 외환은행 여신관리본부장이 16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현대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가 발표된 16일 시장은 현대그룹이 선정됐다는 소식에 다소 놀라는 한편 과연 현대그룹이 '얼마를 써 냈는지, 또 그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해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건설 인수가격이 적정 수준이 아닐 경우, 혹은 현대그룹이 무리한 차입에 의존해 자금을 조달할 경우 인수전 초기부터 불거졌던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가 발생할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그룹 측은 "자금조달 계획은 채권단에 증빙서류로 이미 제출돼 문제가 없다"며 시장의 우려를 일축했다.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직후 시장에서는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가로 5조5,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금융공사의 한 관계자도 이날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 모두 5조원 이상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는 본입찰 직전(12일) 현대건설 종가 7만3,500원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현대그룹은 이번 입찰제안서에서 인수대금을 내년 1ㆍ4분기까지 현금 일시불로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현대그룹은 정확한 인수가격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지만 매각대금 마련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현금 일시불로 지급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만큼 인수대금 마련에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우선 현대상선이 이미 1조5,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해놓았고 최근 유상증자(3,968억원)와 회사채 발행(4,500억원), CP(기업어음) 발행(5,000억원)등을 통해 자금을 끌어 모았다. 여기에 18일 현대부산신항만 주식 49%를 처분해 2,000억원을 추가로 조달할 예정이다. 다시 말해 현대상선이 확보해놓은 자금만 3조원이 넘는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가 CP와 회사채 발행 등을 포함해 3,000억원가량의 자금을, 현대증권이 1,700억원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자금은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 곳에서 제공했다. 동양종금이 7,000억~8,000억원을, 프랑스의 나티시스은행이 1조2,000억원을 충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계산대로라면 인수가로 제시한 5조5,000억원을 얼추 마련할 수 있다. 문제는 조달 비용이다. 현대그룹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이자비용이 나간다면 그룹의 재무구조나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다. 우선 FI로 참여한 동양종금과 나티시스은행의 투자금만 2조원선. 투자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연이율 10%만 가정해도 연간 2,000억원 금융비용이 발생한다. 여기에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등 계열사가 CP를 포함해 조달한 단기자금도 1조원에 달한다. 그룹의 재무구조를 부실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신민석 대우증권 연구원은 "현대상선의 현금성 자산이 1조5,000억원선이어서 대규모 차입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며 "차입금의 금리구조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자금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대그룹 측은 '승자의 저주'를 부를 무리한 조달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이 자금조달 방법까지 꼼꼼히 따져 보고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안다"며 "채권단 역시 납득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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