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못 말리는 음주운전 관행이 영국 경찰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 런던 인근의 한인 밀집지역인 킹스턴 시청과 경찰서는 최근 교통안전 캠페인에 착수하면서 시내 약 300곳에 한글과 영어로 된 두 가지 종류의 포스터를 부착했다.
이 포스터에는 한글과 영어로 `음주운전금지(Don't Drink Drive)', `핸드폰을꺼 주세요(Mobile Phone Off Please!)'라는 문구가 쓰여 있어 한인이 주요 계도 대상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영국 경찰은 한인 사회와의 협력을 강조하기 위해 런던 한국학교에서 거행된 안전운전 관련 미술대회 수상작을 채택해 포스트로 만들었다.
한인이 킹스턴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에 걸려드는 비율은 약 10%. 영국 경찰은 차량이 지그재그로 운행하는 등 이상이 감지됐을 때에만 음주단속을 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많은 한인들이 음주운전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킹스턴 경찰은 한국 음식점 주변에 사복경관을 배치해 음주운전자를 적발해내고 있지만 한인들의 음주운전 관행은 좀처럼 뿌리가 뽑히지 않고 있다.
주영 한국대사관도 현지 한인신문에 `음주운전을 하지 말라'는 광고를 냈지만 모 한인신문 사장이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파문이 일기도 했다.
킹스턴 경찰서 한인사회 담당자인 데이비드 터틀은 2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두 가지 언어로 포스터를 제작한 것은 영국 경찰 사상 최초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한인 사회에 대한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한글이 들어간 포스터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터틀은 이와 함께 한국에서는 운전 중 핸드폰 사용이 허용되지만 영국은 불법이기 때문에 음주운전 금지와 함께 핸드폰 사용금지 캠페인도 동시에 벌이고 있다고말했다.
킹스턴 경찰은 한인사회에서 음주운전 이외에 가정폭력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터틀은 "한국인들은 가정에서 폭력을 당해도 신고를 하지 않는다"면서 "영국에서 가정폭력은 용납할 수 없는 중범죄이기 때문에 한인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신고를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인사회의 한 관계자는 "한글 포스터가 등장한 것은 한인사회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지만 감시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며 "좋은 일인지나쁜 일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런던=연합뉴스) 이창섭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