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그래도 매력적인 개성공단

지난 8일 개성공업지구에서는 중견 패션기업인 신원의 기업설명회(IR)가 열렸다. 회사 관계자와 투자자를 비롯, 취재진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2, 3공장 준공기념행사도 함께 개최됐다. 3년 전 허허벌판이던 이곳에 공장을 짓고 국내 의류 업체 가운데 최초로 ‘메이드 인 개성’ 시대를 열었던 박성철 회장의 감회는 남달랐다. 북핵 위기 등 남북경협사업을 어렵게 만드는 숱한 위기 속에서도 뚝심 있게 공장을 가동해온 그는 “2005년 첫 제품 생산 뒤 해마다 공장을 하나씩 짓기로 했지만 공장 운영 성과가 당초 계획을 초과해 2, 3공장을 한꺼번에 짓게 됐다”면서 감격해 했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신원을 비롯, 좋은사람들·로만손 등 15개 기업이 입주해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만 1만명이 넘는다. 아직 입주기업이 많지 않고 각종 인프라 시설이 부족해 공단의 면모가 덜 갖춰진 상태지만 성과가 서서히 나오고 있다. 신원의 경우 2005년 3월 공장 가동 후 8개월 만에 월별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월평균 3,000만원 정도의 영업이익이 발생했는데 올해는 8,000만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성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전량 내수용으로 신원은 약 8%인 생산비중을 올해 16%로 두 배 가까이 늘린다는 계획이다. 국내 섬유ㆍ패션ㆍ제화 업체들이 값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ㆍ베트남ㆍ인도네시아 등 해외로 공장을 이전한 지 오래다. 인건비 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뿐 아니라 강성 노조와 각종 규제도 기업들이 국내를 떠나 해외에 공장을 짓는 배경이 되고 있다. 그런 이유라면 개성공단은 국내 중소기업들에 아주 매력적인 생산기지가 될 수 있다. 북한 근로자들은 높은 생산성에 비해 임금이 저렴하다. 학력 수준도 높아 업무 습득 속도도 빠르다. 게다가 노조도 없다. 물류비도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 비해 10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남북간 경제ㆍ산업적 교류를 확대해 문화적 이해를 높이고 통일 비용을 줄인다는 명분도 있다. 물론 불안정한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가 기업들이 개성공단 입주를 꺼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는 하다. 명분 때문에 리스크가 엄존하고 있는 지역에 공장을 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 베이징에서는 북핵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6자회담이 진행되고 있다. 별다른 진척 없이 협상 테이블은 길어지고 있다. 그런 와중에서도 개성공단은 활기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900여명의 북측 근로자들이 우리 소비자들이 따뜻하게 입을 옷을 만드는 광경에서 우리 기업과 민족의 희망을 엿봤다면 기자의 상념이 너무 지나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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