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9월 24일] SOC는 미래를 위한 투자다

지난 정부 때 수립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에 대한 논란이 많다. 정치적인 계산에 따라 선심성으로 투입됐다 해서 재검토를 통해 '친서민정책'의 예산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인 듯하다. 그런데 당장 서민 경제에 직접적인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SOC 예산을 대폭 삭감한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SOC는 경제 발전의 초석이며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중요한 국가적 시설이다. SOC투자 산물 경부고속도·IT 현 상황을 보면 경부고속도로가 건설되던 지난 1960~1970년대가 떠오른다. 경부고속도로는 우리나라 산업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지만 착공 당시에는 정치권은 물론 언론과 학계의 우려와 반대가 극심했다. "한국의 모든 자동차들을 줄 세워봐야 다닐 차가 없으니 부유층 유람로일 뿐" "국가 재정이 파탄날 것"이라며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 지역편중ㆍ시기상조ㆍ환경파괴 등 반대론은 나름대로 명확한 논리와 이유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자본 및 기술력의 한계, 여론의 반대 등 무수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완공된 경부고속도로는 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원활한 물류 수송에 힘입어 중화학공업 위주로 산업구조가 재편됐으며 전국을 일일생활권으로 바꿔놓았다. 그리고 경제대동맥이자 경제발전의 아이콘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원동력이 됐다. 경부고속도로를 비롯해 신공항과 신항만ㆍ고속철도 등의 SOC 혁명이 없었다면 대한민국 경제신화는 불가능했다. 국가경제 발전의 초석이 된 SOC 사업은 비단 건설 분야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인프라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는 우리나라 정보통신 분야도 경제 발전을 선도하는 인프라 시설이다. 십여년 전 과잉투자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추진된 초고속정보망 구축사업은 우리나라를 선진국들도 부러워하는 세계 정보통신강국으로 부상시키는 기반이 되었다. 최근 개최된 한ㆍ아프리카 장관급 경제협력회의에 참석한 카베루카 AfDB 총재가 "물고기를 얻으러 한국에 온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법을 배우러 왔다"면서 "한국만의 독특한 경제발전 경험을 실질적으로 전수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아프리카 국가들과 비슷했던 경제 수준이 완전히 뒤바뀐 비결을 직접 배워가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응대로 우리 정부는 도로ㆍ항만ㆍ전력 등 인프라 구축 사업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SOC가 경제 발전에 있어 그만큼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정부는 우리나라의 SOC 시설 역시 주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의 도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국가 중 두 번째로 혼잡하고 인구당 도로 연장은 28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SOC 예산을 대폭 축소한다는 것은 국가 발전의 저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국가경쟁력 강화'와 '경제의 성장동력 확충'이라는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매우 중요한 항목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친서민 예산때문에 삭감은 안돼 SOC는 경제 발전과 미래를 위한 투자다. 당장 재원이 아쉽다고 해서 덩치 큰 SOC 예산을 무 자르듯 쳐내 복지 지출을 늘리겠다는 것은 안일하고 단순한 생각이다. 친서민정책의 재원은 미래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지 않는 방법으로 마련돼야 한다. "일류 경제를 희망하면서 이류 인프라를 가질 수는 없다"고 강조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조언을 한번쯤 되새겨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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