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무드에 약한 것은 허영심 때문이 아니라 감수성 때문이며, 여자가 유행에 약한 것은 사치성 때문이 아니라 심미안(審美眼) 때문이다.” 문학계의 기인(奇人) 이외수가 여자를 분석했다. 이른바 ‘된장녀’로 불리는 허영심 가득한 여자의 등장에 대해 그는 감수성과 심미안을 채우지 못한 여자가 외로움을 해소하기위해 쇼핑을 택한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외수의 생각은 많은 여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덕분에 발간된 지 한달 만에 5만부를 훌쩍 뛰어넘은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가 에세이로는 드물게 5월 마지막 주 종합 베스트셀러 20위권에 안착했다. 최근 출판계의 화두가 ‘여성’이라는 것은 그리 새로울 것이 없다. 지금까지 발간된 여성에 관한 책 대부분은 ‘골드미스(고수익 미혼여성)의 평생재무관리’ 등 재테크와 자기계발서가 주류였으나, 책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는 피폐해가는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한 해법을 사랑에서 찾았다. 남녀간의 달콤한 사랑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 그가 잡은 화두, 여자는 남자와 함께 살 만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인간을 상징한다. 그는 여자를 통해 한국 사회가 기필코 해결해야만 하는 심각한 병폐를 ‘이외수표’ 직설적 화법으로 속 시원하게 끄집어 낸다. 똑똑한 아이들은 양산해내지만 불안한 미래로 젊은 세대가 자신감을 잃게 만드는 교육제도,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몸 파는 일도 불사하는 여고생 등 심각한 사회 문제에 대해 작가는 여자를 중심에 두고 풀어나간다. 동식물 세밀화로 유명한 작가 정태련의 삽화도 책 판매를 한몫 거들었다. 여기에 출판사는 라벤다 등 향기 나는 책갈피를 꽂는 향기 마케팅까지 도입해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주요 서점에서 열린 펜사인회는 독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이수영 해냄출판 편집장은 “최근 에세이 펜사인회는 인기가 없어 1~2회에 그치지만 이번에는 7회에 걸쳐 펜사인회를 했다”며 “이외수의 폐부를 찌르는 글과 정태련의 은근하면서도 화사한 꽃 세밀화를 한꺼번에 볼 수 있도록 한 것이 성공비결”이라고 말했다. /장선화기자 india@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