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물건너간 철도산업 구조개혁

철도청의 노사분규가 벼랑 끝에서 타결돼 철도운행 중단이라는 고비를 가까스로 넘겼다. 철도청은 지난 일요일(20일) 노조와의 마지막 협상에서 노조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는 선에서 최악의 사태를 극복, 일단은 `총파업`이라는 최대의 위기를 수습했다. 철도청이 이번에 `탈선 위기`를 무사히 넘어섰다고는 하지만 수습과정에서 노조에 지나치게 끌려간 부분이 하나 둘 아니어서 앞으로 철도산업은 물론, 공기업의 구조개혁에 적지않은 후우증을 남길 전망이다. 철도노조는 올 `춘투`(春鬪)에서 철도청의 민영화반대ㆍ해고자 45명 복 직 및 신규인력 충원ㆍ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취하 등을 내걸고 이를 받아 들이지 않을 경우 총 파업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고건 총리 주재로 노동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철도파업 때는 주동자와 가담자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사법처리 하겠다”는 대(對)국민 담화문까지 발표했었다. 그런데 협상 막판에 정부 입장이 뒤집혀 버린 것이다. 이제가지의 강경 입장은 사라지고 노조의 요구를 거의 수용하는 선에서 싱겁게 끝나버린 것이다. 철도청이 정부산하기관 가운데서도 문제가 많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공기업 중 대표적인 부실기업이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지난해만도 8,27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최근 5년간(1998~2002년)의 누적 영업적자만도 무려 3조3,580억원에 달한다. 그런데도 영업수지는 전혀 개선될 가망이 없는 데다 적자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여 문제가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니다. 정부는 철도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민의 세금으로 이를 보전하고 있으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 정부는 철도청의 이 같은 만성적인 적자해소를 위해 유일한 해결책인 민영화를 전제로 하는 `철도산업의 구조조정 특별법` 등 3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민영화 반대는 물론, 오히려 인원증원을 내세우고 이번에 총 파업이라는 강수를 들고 나 온 것이다. 정부 정책과의 한판 대결이나 다름 없다. 그런데 정부가 노조의 요구에 양보한 버린 것이다. 정부로서는 이번 협상에 대해 노사평화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변명하고 있지만 개혁을 포기했다는 느낌을 지을 수가 없다. 벌써부터 다른 공기업의 노사협상에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재계의 반응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이번 철도노조의 주장은 `지나친 집단 이기주의`다. 여기에 정부가 쉽게 밀려 난 것은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앞선 것이다. <전용호기자 chamgil@sed.co.kr>

관련기사



전용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