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하얀거탑… 황금거탑…

장동익 대한의사협회장의 ‘발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국회의원에게 매달 용돈을 줬다” “국회의원과 보좌관을 내 사람으로 만들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와 골프를 쳤다” “한 의원은 장애에… 한이 맺힌…” 등 장 회장의 거침없는 말에는 실로 다양한 사회적 편견과 모순이 고스란히 함축돼 있다. 그래서 의사협회와 장 회장 관련 발언 내용은 연일 주요 포털 사이트의 인기 검색어로 올라오고 있다. 연초에 드라마 ‘하얀거탑’이 의사들의 권력욕 못지않은 승부욕과 최고의 의사가 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 많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의사들도 인간이다 보니 마냥 선(善)한 직업으로만 비쳐지는 게 부담일 수밖에 없었던 차에 비교적 객관적인 의사의 모습을 다뤄 높은 인기를 누렸다. 의사의 직업 세계를 냉혹하게 그린 것이 오히려 호응을 얻었던 것이다. 이번 장 회장 사건은 또 하나의 ‘메디컬 드라마’다. 네티즌들과 시민들은 이번 사태를 가리켜 ‘황금거탑’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드라마 ‘하얀거탑’에서 나온 것처럼 사태를 무마하기 위해 거물급 변호사를 고용하고 법원에서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고 의사들끼리 온갖 이해관계에 휩싸여 서로를 음해하려던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모습들이 재현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설마 그 정도까지”라고 믿고 싶지 않았던 루머들이 눈앞에 드러나고 있다. 그것도 검찰ㆍ언론이 치열하게 얻어낸 내용이 아닌 의사들 사이에 벌어지는 각종 투서와 고소로 인해 드러난 것이다. 내년이면 대한의사협회가 설립 100주년을 맞이한다. 현재 국내에는 9만여명의 의사가 있다. 모든 의사에게 진정한 마음으로 환자의 고통과 병을 치료하는 ‘심의(心醫)’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번 사태가 의사-정치인, 의사-관료들의 유착관계를 해소하는 뼈아픈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일선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의사들의 분발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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