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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9월 10일] 야구장에는 왜 식당이 없을까?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
20여명이 넘는 배우들이 4만여평의 넓은 야외무대에서 3시간, 때로는 4시간 넘게 생방송으로 공연을 한다. 각본이 없어 매 공연 때마다 진행과정이나 결말이 모두 달라 더욱 긴장감이 높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이 흥미진진한 공연의 입장료는 불과 7,000원. 올 들어 부쩍 인기가 높아진 프로야구 얘기다.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지난 1982년 출범해 올해로 28년이 됐다. 그간 수많은 스타들과 진기록을 양산하면서 프로 스포츠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프로야구는 일천한 역사와 좋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우리나라 야구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 올린 주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야구장은 가족 나들이 장소로, 데이트 코스로, 스트레스 해소 장소로 인기가 높다.
올해 프로야구장을 찾은 관람객은 지난해에 이어 500만명을 돌파, 600만명이라는 신기록을 향해가고 있다. 관중수입도 300억원을 넘어서 프로야구의 르네상스시대가 도래했다고 들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단기간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800억원대의 수입을 거두고 있는 영화 '해운대'에서도 보듯이 우리 프로야구도 풀 것은 풀고 투자한 곳에 적극 투자한다면 한 시즌 관객 1,000만 돌파 시대를 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당장 눈에 띄는 불편한 점 몇 가지만 말해보자. 너무 좁고 딱딱한 관중석, 줄을 서서 기다리는 화장실, 먹을 것이 변변찮은 매점, 아직까지도 부족한 팬서비스가 그렇다. 그리고 '야구구경' 이외에는 즐길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경기가 끝나면 곧장 지하철을 타야 한다. 하지만 프로야구 구단에도, 경기장을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에도 잘못을 따지기가 여간 난감한 게 아니다. 숨은 규제가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 경기장 등 일부를 제외한 프로야구장은 '공공체육시설'이기 때문에 수익시설을 지을 수 있는 면적이 제한돼 있다. 매점과 패스트푸드점 등 편의시설 몇 개를 입점시키면 할인점ㆍ영화관ㆍ놀이시설 등을 만들 수 없다. 딱히 돈 되는 수익시설이 없기 때문에 지자체들은 경기장 시설을 개ㆍ보수하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자체들은 경기장 관리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구단들로부터 경기장 사용료를 철저하게 징수한다. 구단들은 한해 150억∼200억원씩 적자를 감내하고 있다.
스포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투자를 살리고 스포츠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일단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 스포츠를 '공공체육'이라며 40여년 동안 '관리'해왔으면 이제는 규제를 풀고 영화처럼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보고 투자해야 할 때다. 스포츠도 '산업'이다. 이번주 말 7,000원짜리 공연을 보기 위해 집을 나서자.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