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주간 미국의 대(對) 이라크 정책에 대한 혼란을 겪은 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비로소 어느 정도 명확한 결정에 도달했다.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을 처리하는 문제에 있어 국내외적으로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조만간 의회에 이라크 공격을 포함한 그의 정책을 지지하도록 요청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 영국ㆍ러시아ㆍ프랑스ㆍ중국과의 협의절차도 거칠 것으로 점쳐진다. 사실 이들 국가의 지원 없이는 유엔 안보리의 이라크 공격승인을 따내기는 힘들다.
그의 이 같은 행동변화는 행정부 고위층의 의견충돌도 잠시 잠재울 것으로 기대된다.
강경파들이 독자적인 군사행동을 외친 반면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비롯한 온건파들은 군사행동에 앞서 유엔과의 협의를 강조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제 독자적으로 판단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국내외적으로 탄탄한 지지를 얻으려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
독자적 군사행동에 대한 미 국내 여론뿐만 아니라 유럽의 반대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양쪽의 지지를 얻어내는 것은 필수적인 선결과제다.
최근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미국 단독의 대 이라크 군사행동에 찬성하는 쪽은 유럽에서는 10%, 미국에서도 20%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이 유엔의 승인을 따낸다고 가정했을 때 지지율은 각각 60%, 65%로 올라갔다.
부시 대통령이 후세인 정권을 바꾸려는 것은 너무나도 명확한 사실이다. 부시 대통령은 그의 독특한 어법으로 후세인이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그는 후세인의 무장해제를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유엔의 결정에도 도전할 수 있다는 의향을 내비쳤다.
사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도 이라크 공격에 앞서 유엔과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부시 대통령이 블레어 총리와 확연히 구별되는 점은 부시 대통령이 후세인이 만들어놓은 위협을 완화시키고자 유엔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많은 유럽인들과 미국인들이 아직도 후세인이 세계 평화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만큼 그들의 전적인 후원이 힘들다는 것이다. 그들은 또 후세인 정권붕괴가 가져올 파급효과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
이는 미 국민과 의회의 지지가 매우 힘들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유엔의 승인을 따내는 것은 더 고된 작업이다.
하지만 군사행동에 앞서 미국 내부와 유럽의 지지를 얻기 위해 부시 대통령이 본격적인 협의에 나섰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9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