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11월 17일] 현대건설 인수전 이긴 현대그룹의 과제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현대그룹이 선정돼 매각작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현대그룹이 객관적으로 볼 때 열세라는 시장의 예상과 달리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우선협상자가 된 것은 매각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인수가격을 높게 써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채권단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5조5,000억원을, 현대차는 5조1,000억원을 제시했다. 실사 등의 절차가 남았지만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의 새 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현대그룹으로서는 그룹의 모태인 건설을 되찾게 돼 지난 10여년 동안의 최대 숙원을 이루는 동시에 현대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상선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경영권 불안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또 사업구조 다각화와 함께 향후 남북관계 개선과 대북사업 재개가 이뤄질 경우 북한의 사회간접자본(SOC) 개발 등에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현대그룹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채권단과 현대그룹은 11월 중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본실사와 본계약을 거쳐 내년 1ㆍ4분기까지 모든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향후 협상을 잘 진행해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일차적 과제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대건설을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키우는 일이다. 현대건설이 한국의 간판 건설업체라는 점에서 책임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현대그룹의 인수가격이 너무 높아 이른바 승자의 재앙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의 적정가격이 3조5,000억~4조원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에 비춰볼 때 1조5,000억원 이상 많이 써낸 셈이다. 과다한 인수가격에다 자금조달도 차입에 크게 의존함으로써 위기에 빠진 기업이 하나둘이 아니라는 점에서 유념할 대목이다. 이날 현대차 주가는 상승한 반면 현대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친 것도 이런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현대건설 인수 때문에 그룹 전체가 어려워져 '이기고도 지는' 사태가 오지 않도록 위험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어떤 면에서는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인수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현대그룹이 이런 문제를 잘 해결해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현대건설을 그룹의 대표기업이자 글로벌 톱5 건설사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꼭 달성하기 바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