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건설업계 "집 지을수록 손해볼까 걱정"

신흥국 물량 경쟁에 원자재 수급균형 이미 깨져<br>석탄업계, 유연탄 거래선 공급 확답없어 발동동<br>"조선업계 향후 수익률 철강업계가 좌우" 전망도


“집을 지을수록 손해를 볼까 걱정입니다.”(중소 주택업체 관계자) 올들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국제 원자재가 상승 여파가 국내 산업에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유연탄ㆍ철광석 등 기초 재료 및 연료 가격과 수급이 ‘대란’으로 부를 수 있을만큼 불안정해지면서 철강ㆍ전력ㆍ시멘트 등의 업종이 1차적인 타격을 받은 데 이어 조선ㆍ자동차ㆍ건설ㆍ기계 등에까지 도미노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수급 밸런스는 이미 깨졌다”=최근 줄줄이 사상 최고가를 돌파하고 있는 국제 원자재가 상승 추세는 과거와 패턴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선 중국ㆍ인도 등 신흥 산업국이 원자재를 빨아들이고 있어 수급의 밸런스가 무너졌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지난 수년간 세계 경기 호조가 계속됐고 ‘세계의 공장’을 지향하는 브릭스(BRICs)의 생산시설 신ㆍ증설이 겹쳐 이 같은 원자재 대란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철강업계의 한 전문가는 “신흥국가 간의 물량경쟁이 원자재 수급 균형을 무너뜨린 지 오래”라고 진단했다. 특히 이 같은 신흥시장의 원자재 수요는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침체 우려를 압도하고 있으며 달러 약세로 인해 원유에 이어 원재료에 대한 투기적 수요까지 급증, 가격상승 사이클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 같은 수요폭발에 대해 공급자 측은 발빠르게 대형화해 교섭력을 높이며 상황을 즐기는 분위기다. 현재 철광석은 CVRD(브라질), BHPB(호주), 리오 틴토(영국ㆍ호주) 등 3개의 메이저 회사가 75% 이상 공급하고 있으며 유연탄은 사실상 중국ㆍ호주ㆍ러시아가 독점 공급하고 있다. 국제 원자재가 상승을 올 초부터 주도하고 있는 유연탄 수급 문제 역시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쌍용양회의 한 관계자는 “중국 유연탄 거래선에서 이달 물량을 줄 수 있는지 답을 주지 않아 일단 배부터 보내고 최종 의사를 확인하기로 했다”면서 “의사 확인 없이 수입선을 호주나 러시아로 돌릴 경우 중국 측에 ‘미운털’이 박힐까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불똥은 어디로 튈까=철강ㆍ전력ㆍ시멘트 등 산업 분야는 유연탄과 철광석 등의 가격인상으로 직격탄을 이미 맞은 상태. 앞으로의 문제는 원자재 가격 상승의 불똥이 과연 어디로 튀느냐다. 우선 오는 4월 철강제품 가격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조선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조선용 후판 공급이 달리는 상황에서 수요가 늘어나 수급에 의한 가격상승 요인이 존재하는데다 철광석ㆍ유연탄 가격상승이라는 철강제품 가격상승 요인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증권가의 한 전문가는 “앞으로의 조선업계 수익률은 철강업계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는 최근 철근가격 상승으로 이미 타격을 받은 데 이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어려움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특히 가격 협상력이 약한 중소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철근은 고철을 녹여 만드는데 지금은 중국ㆍ러시아 등에서 고철 수요가 폭발, 수급 균형이 완전히 깨졌다”며 “전력ㆍ원유 등 원자재를 만드는 부가비용도 커진 상태기 때문에 원자재 대란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건설사는 민간 공사의 경우 원자재 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최초 계약한 공사 대금만을 받을 수 있고 해외 공사의 경우도 대부분 착공 이후의 원자재가 상승분은 공사 대금에 반영시킬 수 없어 ‘짓고도 밑지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동주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본부 부장은 “과거 철근 파동 때는 건설사들이 공동으로 철근을 대량 매입했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가격담합 등의 이유로 어렵게 됐다”며 “현재로서는 별다른 대응책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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