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밀려오는 波高를 넘어 기후변화의 경제학]<2부-7>탄소세, 약인가 독인가

탄소세, 온실가스 배출억제 효과는 최고<br>기업 稅부담 늘고 공산품·에너지값 급등 우려에도<br>에너지절감 차원 現환경세제 개편은 불가피<br>탄소세 도입·배출권 거래시장 가동 동시 추진해야



“유럽지역을 오가는 모든 항공기 승객들은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해 세금(탄소세)을 내야 한다.” EU집행위원회가 현재 검토 중인 사항이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유럽행 비행기 요금이 오른다. 이탈리아 출신 모델과의 데이트로 연일 화제에 오르고 있는 프랑스 세실리아 사르코지 대통령. 그는 지난해 10월, ‘그린(green) 프랑스’를 외치며 급진적인 환경정책을 발표했다. 그 핵심이 탄소세 부과. 탄소배출량이 많은 제품에 대해 더 많은 세금을 걷고 대신 적은 제품은 세금을 대폭 삭감해주겠다는 내용이다. 이뿐이 아니다. 이산화탄소 의무감축을 하지 않는 비 교토의정서 국가(한국ㆍ중국ㆍ인도 등)에서 수입하는 공산품에 대해서도 탄소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U집행위원회에서 유럽행 비행기 승객들에게 탄소세를 부과하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이산화탄소 배출억제 정책 중 탄소세 부과는 가장 효과가 크다. 세금이라는 ‘강제력’를 동원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에는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추가적인 세금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탄소세는 최선, 배출권 거래는 차선”=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6월 탄소세에 관한 분석기사를 실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온실가스 배출 억제를 위해 탄소세 부과라는 최선의 방법이 있음에도 국제사회는 차선책인 배출권 거래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가 탄소세 부과를 선호한 이유는 세가지. 첫째, 국제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배출권 가격은 등락이 심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저감 관련 투자결정을 어렵게 한다. 둘째, 반면 탄소세 부과는 친환경기술 개발에 따른 기대수익과 비용을 정확히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기술개발 업체들이 최소한의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 셋째, 탄소세를 걷으면 국가의 세입이 늘어나고 정부는 다른 비효율적인 세금을 깎아줄 수 있다. 실제 유럽 국가들은 탄소세를 주요 축으로 하는 에너지환경 세제를 개편하면서 세수가 국내총생산(GDP)의 2.5%까지 증가했다. 늘어난 세수 덕에 유럽 국가들은 법인세ㆍ근로소득세ㆍ사회보장부담금 등을 인하하면서 세수 중립효과를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탄소세 도입에 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당장 에너지 가격 인상, 기업부담 증가, 경제성장률 저하 등의 부작용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탄소 1톤당 20달러가 부과되면 우리나라 국내 산업 총 생산량이 연간 0.29%포인트, 고용은 0.15%포인트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정도다. 또 국제적으로 형평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탄소세 부과가 동시에 진행되지 않으면 세부담을 지는 국가의 기업과 그렇지 않은 국가의 기업 간에 경쟁력 차이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산업자원부와 재계는 탄소세 도입에 적극 반대하고 있다. ◇오는 2009년 이후 에너지ㆍ환경세제 개편 불가피=온실가스 감축을 줄이기 위한 세제가 우리나라에도 가동되고 있다. 지난 1994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옛 교통세)가 대표적이다. 이외에 유류에 붙는 특소세ㆍ주행세ㆍ부가세(유류) 등도 있다. 이를 한데 묶어 통상 유류세로 칭하고 있다. 그렇다면 탄소세와 이들 세금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허용석 재경부 세제실장은 “근본적인 차이점으로 유류세는 에너지 절약 차원이고 탄소세는 이산화탄소 등 환경오염물질 억제가 목적이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부과 시스템부터 차이가 난다. 교통세 등 유류세는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 휘발유 사용 실적에 따라 부과된다. 반면 탄소세는 기업ㆍ가정별 또는 전력ㆍ원유 등으로 나눠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에 맞춰 세금을 매기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유류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는 일몰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과세 시한이 2009년 말이면 끝난다. 이 시한에 맞춰 에너지ㆍ환경 세제 개편이 불가피한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탄소세 도입 땐 에너지가격 급등 가능성=김승래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의 환경세는 종류도 많고, 환경오염 물질에 대한 비용이 과세표준에 정확하게 반영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개선 목표보다 지역균형발전이나 사회간접자본(SOC) 등 부차적 목표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는 것이 문제점이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2013년 이후 온실가스 의무 감축국 편입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이런 세제 시스템으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 이런 점 때문에 4차 기후변화 대책에 탄소세 도입 검토가 포함됐다. 국무조정실 기후변화기획단은 이달 중순에 있었던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탄소세 도입안을 보고했다. 재경부 역시 올 상반기 중으로 탄소세 도입에 관한 연구 용역을 발주해 자세히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탄소세의 부작용이 부담이다. 대표적인 게 에너지 값 인상.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전기료 등 에너지 값이 두 세배로 뛸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또 탄소세가 도입되면 세수가 늘어나는데 이에 맞춰 다른 방향에서 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 이것에 대한 조화 역시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유럽 등을 중심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배출권 시장을 가동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탄소세로 개편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두가지 중 한가지를 택일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온실가스 할당 등 탄소배출권 시장과 탄소세를 어떻게 조화시킬지도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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