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민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이 배당금을 67% 삭감하면서 퇴직자들이 비상에 걸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 보도했다. 주식 투자가 일상화된 미국에서 배당금은 특히 퇴직자들의 주요 소득원이다. 배당 감소는 근로 소득자에게 있어 임금 삭감이나 마찬가지로 혹독한 조치다.
WSJ에 따르면 GE는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올 하반기 이후 분기 배당을 주당 31센트에서 10센트로 줄일 계획이라고 지난 27일 발표했다. GE가 분기배당을 축소한 것은 1938년 이후 71년 만에 처음이다.
GE는 배당을 줄여 연간 90억 달러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GE의 이 같은 조치는 ‘현금이 왕’인 상황에서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된다. GE캐피탈의 막대한 적자속에 실적부진을 겪은 GE의 주가는 최근 1년간 75%나 폭락, 지난 주말 8.51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유수의 기업들이 앞다퉈 배당을 축소하는 상황에서 GE는 배당 투자자에게 마지막 희망이었다. 이들은 지난 2월 5일 “우리는 배당금을 지급할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배당금은 회사의 재정을 압박하는 요인이 아니다”고 한 제프리 이멜트 회장의 발언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믿음이 실망으로 바뀌었다. 이에 대해 WSJ은 ‘GE마저 배당 삭감 대열에 합류했다’며 투자자들의 안타까움을 대변했다. GE에 앞서 JP모건, 다우케미칼, 모토롤라, 파이자, CBS, 뉴욕타임스, 씨티그룹, 블랙스톤 등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배당을 줄이거나 지급을 연기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 종목의 지난 1월 배당금 역시 1년 전에 비해 24%나 줄었다.
배당 삭감은 기업의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GE가 배당금 축소로 최고 등급(AAA)을 강등당할 위험을 덜었다고 보도했다. 메릴린치의 애널리스트인 존 인치는 “배당금 삭감 결정이 신용평가사들의 GE 등급 판단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배당 투자자, 특히 퇴직자들에겐 뼈아픈 시련을 안겨준다. S&P의 애널리스트인 하워드 실버블라트는 “만약 당신이 배당 투자자라면 상당기간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배당주는 시장 침체기에 투자자들에게 피난처 같은 구실을 했다. 주가가 떨어지든 말든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적어도 분기마다 꼬박꼬박 수익을 챙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이 같은 상황은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특히 주가 반등은 어렵지 않게 이뤄지지만 기업의 재무상황이 완벽하게 회복하기 이전까지는 배당이 복원되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 WSJ은 “배당 수익 감소로 수많은 투자자들, 특히 퇴직자들은 지출 계획을 다시 짜야 할 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