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화 환율의 하락 속도가 심상치 않다. 머지않아 800~900원대 수준을 보이던 IMF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래저래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와 수출경쟁력 약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끝 모를 고공 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을 고려하면 국내 수출 기업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사실은 어렵사리 짐작해볼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견뎌낼 재간이 없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서는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44억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고, 민간 부문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경상수지 흑자 폭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가격경쟁력에 의존하지 않고 품질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적응하기가 쉽겠지만 중소 수출 기업과 납품 업체들에는 만만찮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흔히 요즈음 이슈가 되고 있는 양극화가 이 부문에서 일어날 개연성이 높아졌다. 극심한 내수 부진 속에서도 높은 환율에 힘입은 수출 호조가 우리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 전반에도 타격이 클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환율 하락이 단기간 내 그칠 가능성이 낮다는 것과 이와 같은 환율 하락의 속도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속도를 넘어서는 경우이다. 미국은 2005년 7,600억달러에 이르는 경상수지 적자(GDP의 6.3%)와 4,100억달러(GDP의 3,4%)에 달하는 재정 적자 등 소위 쌍둥이 적자로 약한 달러정책을 취하고 있다. 미국은 이를 실현하는 방안으로 위안화 절상 압력 등 대미 무역 흑자 폭이 큰 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환율 조정 압력 등을 지속하고 있는 등 달러화 약세 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원화 환율 하락의 장기화에 대비한 준비를 시작할 시점에 왔다. 차제에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장기적 플랜을 수립해 대비해나갈 필요가 있다. 원자재, 국제적 생산 및 판매 기반 확보 등 우리 기업의 장기성장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부문에 대한 해외 투자 확대, 중소기업들에 대한 외환 리스크 감소를 위한 제반 제도적 지원책을 강구해나가자. 기업들은 IMF 이후 고환율시대에 체질화됐던 모든 경영 기반을 낮은 환율에 내성을 갖춘 체질로 바꿔나가자. 내수시장 회복을 통한 대안도 생각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