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하반기 콜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경기회복이 뚜렷해져 더 이상 과잉 유동성 문제 해결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총재는 또 최근의 높은 유동성이 자산가격의 과도한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며 주가 급등세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채권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5년 지표금리는 5.3%대 중반까지 치솟으며 17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총재는 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금통위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과제 중 하나가 높은 유동성 증가율 지속 현상”이라며 “오랫동안 계속된다면 중장기적으로는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시중 유동성이 높은 증가세를 지속할 경우 콜금리 목표치를 상향 조정해 유동성 환수에 나설 수 있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는 또 “콜금리 인상이 실물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실물경제는 성장률뿐 아니라 물가, 금융시장 안정 등의 측면도 포함돼 있다”면서 “경제 전체의 균형과 안정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이처럼 금리인상을 시사한 데는 주식시장 과열에 대한 경고도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단기적으로는 혹시 그것(높은 유동성 증가)이 자산가격 쪽에 과도한 상승을 유발하지는 않는지 유의하고 있다”며 “주가상승 속도가 상당히 빨랐고, 특히 최근 개인 자금이 증시에 많이 유입되고 있다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경기상황에 대해서도 “경기상승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특히 2ㆍ4분기 움직임은 (한은의 전망보다) 조금 더 괜찮은 쪽이라고 평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다만 “지금대로라면 연간 전체 성장률 전망(연 4.4%)은 애초 한은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경제성장률 전망을 현재까지는 상향 조정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한편 이날 금통위는 콜금리 목표를 예상대로 4.50%인 현수준에서 동결했다. 콜금리는 지난해 8월 0.25%포인트 인상된 후 10개월 연속 동결됐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금리가 큰 폭으로 올랐다. 이날 증권업협회가 고시한 최종호가 수익률은 국고3년의 경우 0.01%포인트 오른 5.28%, 국고5년은 0.09%포인트 오른 5.34%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