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골프] `세리열풍'... 친근한 스포츠로 성큼

IMF 관리체제에 들어간지 1년이 다되어 간다. 그동안 골프계는 IMF체제 이후 고사(枯死)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사실 어느 스포츠보다 더 눈길을 많이 끌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물론 골프는 아직 직접하기에는 비싼 스포츠임이 분명하고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만큼 골프장 내장객수도 지난해에 비해 줄어 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골프여왕」 박세리가 미국무대를 마구 휘젓는 쾌거때문에 그동안 일반인들에게 곱지않은 눈길을 받았던 골프가 이제는 「재미있게 볼수있는 스포츠」로 완전히 정착했다. 경제가 어렵지 않았더라면 감동이 덜했을지도 모른다는 일부의 분석처럼 박세리의 선전은 어려울때 다가온 한줄기 햇살이었다. 미국의 언론들이 「한국최고의 수출상품」으로 표현할만큼 박세리의 활동은 눈부셨다. 박세리는 IMF한파로 한없이 위축됐던 우리국민 모두에게 힘과 자신감을 불어넣는데 단단히 한몫했다. 그 덕에 TV를 통해 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골프경기가 밤새 생중계되는 것도 낯설지 않고, 채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워 보이는 초등학생들의 경기모습도 심심치않게 방송을 탔다. 주변을 돌아보면 연습장마다 다시 골프채를 잡은 사람부터 이제 막 입문한 사람까지 다양한 골퍼들이 기량연마에 여념이 없다. 제2의 박세리, 제2의 타이거 우즈를 꿈꾸며 레슨 프로에게 혼나고 있는 주니어 골퍼들도 예년의 2배는 되는 듯하다. 이렇게 골프는 경기불황, IMF체제라는 벽을 뚫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평생 같이 할 운동」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올시즌 내장객 18%정도 감소=지난해부터 얼어붙기 시작한 골프장 내장객수는 올시즌초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골프장이 「문 닫을 지경」이라고 울쌍을 지을만큼 뚝 떨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골프장업협회가 지난 9월까지 각 골프장 내장객수를 집계한 바에 따르면 내장객 감소율은 평균 18%로 예상보다는 폭이 크지 않았다. *표참조 물론 골프장에 따라 40%의 감소율을 보인 곳도 있고 20~30%씩 줄어든 곳이 많지만 감소폭이 10%미만으로 작거나 경기, 강남 300, 강촌CC 등처럼 오히려 지난해보다 내장객이 늘어난 골프장들도 있다. 이같은 현상은 그동안 골프장들이 살아남기 위해 그린피 인하, 서비스개선등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각종 할인제도와 다양한 서비스로 멀어지는 골퍼들의 발길을 붙들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그린피를 다 내면 바보」라는 소리가 들릴만큼 각종 할인혜택이 풍성하다. 월요일 할인에 여성할인, 단체 할인, 내장횟수에 따라 보너스 라운드혜택을 주는 마일리지, 유류비 지원등 골프장들은 내장객 유치를 위해 온갖 묘안을 짜냈다. 그래서 올시즌 골프장별 내장객 현황을 보면 가까워서 골퍼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보였던 수도권 골프장들보다 좀 멀더라도 다양한 서비스및 할인혜택을 내세운 곳이 인기를 끌었다. ◇대회는 이어간다=올시즌 프로골프대회는 대폭 줄어들었다. 남자프로골프대회의 경우 이미 지난달 한국오픈을 끝으로 7개 대회의 막을 모두 내려 시즌이 조기에 마무리됐고 박세리의 귀국으로 들썩들썩한 여자골프계도 이제 2~3개 정도 더 치르면 시즌이 끝난다. 지난해 10여개의 대회가 일정이 겹치기도 하면서 정신없이 열렸던데 비하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시즌초만하더라도 「개최가 확실한 대회가 거의 없는 」상황이던 것을 생각해보면 한 시즌이 그런대로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프로골프대회의 명맥을 이어가는것은 어려운 사정속에서도 대회개최를 밀어준 기업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박세리덕에 스포츠 마케팅의 신개념을 연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삼성이나 대규모 남녀 대회를 각각 1개씩 치른 SK, 국내 대회중 최고(最古) 역사를 자랑하며 김대섭이라는 아마추어 스타를 탄생시킨 코오롱 등 대기업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그래도 신제품은 나온다=사실 요즘 제일 어려운곳은 골프용품업계다. 골프장이야 그래도 내장객의 발걸음이 끊기지는 않았고 주말이면 예년처럼 부킹난이 심각하다지만 용품업계는 비수기인 겨울이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여전히 파리만 날리는 상태다. 그러나 넋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신제품을 계속 만들어내고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선보이느라 용품업계도 머리를 많이 쓴다. 용품업계의 신제품 가운데 비거리 증대를 내세운 비공인구의 등장이 가장 두드러지고 있다. 또 세트보다는 단품위주의 구매패턴이 정착된 것을 겨냥, 다양한 드라이버나 퍼터가 등장하고 있다.【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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