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녹색 색맹론(色盲論)

김성훈 <전농림부장관·중앙대 교수>

오는 2월16일이면 전세계적으로 교토의정서가 발효된다. 이산화탄소(CO2)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많은 우리나라로서는 범상히 넘길 사건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됐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8년 후인 2013년에나 발생할 것이라고 마냥 느긋해 할 형편이 아니라는 뜻이다. 감축의무가 발생하면 우리 기업들과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막대한 추가비용과 투자노력을 강요받게 된다. 가뜩이나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국내 기업들로서는 생산원가의 추가적 상승요인 때문에 기업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고 이상기후와 자연재해, 대기오염과 환경생태계 파괴로 사람 살기조차 어려운 나라로 전락할지 모른다. 범지구적으로 대기중 온실가스 농도가 이대로 계속 높아질 경우 2100년에는 지구 온도가 평균 5.8도까지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각종 기상재해, 해안침수, 농업피해, 생태계 교란, 오존층의 파괴, 신체장해 등 사회ㆍ경제ㆍ환경 악화를 초래한다. 한반도 역시 이상기후 현상이 상습화돼 해마다 겪는 자연재앙 피해가 심대하다. 햇볕이 쬐는 일조(日照)시간도 해마다 줄어들어 지난 2003년 서울의 경우 총 1,449.7시간으로 하루 평균 3.97시간에 불과했다. 이는 사과나무가 제대로 자라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 같은 이상기후 피해를 줄이고 예방하기 위해 대기 중 온실가스 배출량의 하향 조정이 필수적이다. 교토의정서에 따르면 1차 공약기간(2008~2012년) 중 온실가스 연평균 배출총량을 전체적으로 90년 대비 5.2%를 줄이기로 돼 있다. 유럽연합(EU) 8%, 미국(비준 거부국) 7%, 일본 6% 등이다. 각국의 효율적인 의무이행을 돕기 위해 ▦선진국이 개도국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의 감축 또는 흡수를 위한 투자를 했을 경우 탄소배출권을 부여받는 청정개발제도(Clean Development Mechanism) ▦선진국간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온실가스의 배출을 감축 또는 흡수했을 때 탄소배출권을 허용받는 공동이행(Joint Implementation)계획 ▦국내외 환경투자사업에 의해 국가나 기업이 부여받은 탄소배출권을 국제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탄소배출권 국제거래(International Emission Trading) 제도 등 여러 가지 대응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바꿔 말해 교토의정서에 따라 국가나 기업이 자기에게 부과된 탄소배출 감축의무량을 이행하지 못했을 때 그 부족분을 탄소배출권 국제거래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탄소배출권의 국제거래가격은 EU의 경우 2003년 현재 탄소 톤당 미화 26달러로서 세계시장 규모는 대략 100억달러(약 11조원)로 추산된다. 그리고 2010년쯤에는 36달러로 오를 전망이며 가장 큰 잠재적 수요자인 미국ㆍ호주가 교토의정서에 복귀할 경우 더 크게 오를 것이 명확하다. 이상의 세 가지 조치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는 산림사업, 즉 신규조림ㆍ재조림 그리고 산림관리사업을 탄소배출 흡수원(sinks)으로서 의정서가 의무이행 수단의 하나로 인정했다는 점이다. 반면 산지개발에 의한 산림파괴와 전용행위는 마이너스적인 의무이행 수단으로 간주된다. 자, 이쯤되면 국토의 65%인 산지경영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할 수 있는지 삼척동자라도 곧 이해할 법하다. 그런데도 지금 교토의정서 대책을 논의하는 정부당국과 그 효과적인 대응방안을 촉구하는 이른바 시민ㆍ환경단체들의 대안제시 활동의 근황은 어떠한가. 아예 산림의제가 각종 대책모임과 토론회에서 제쳐져 있다. 산림투자와 관리를 총괄하는 산림청의 연간 총예산액도 IMF 때 국민의 정부가 대폭 올린 8,000억원대(정부예산의 0.5%)를 수년째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30년 넘게 나무를 심고 가꿔온 우리나라 산림의 70%를 차지하는 사유림 산주들은 무소득ㆍ무보험ㆍ무관심에 시름하고 있다. 산림과학원 이경학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2001년에 우리 산림이 이미 신규 및 재조림 등으로 추가적 탄소축적량(배출권)을 약 4만7,000톤 얻었으나 산림전용ㆍ산지개발로 마이너스 8만4,000톤을 잃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그런데도 앞으로 골프장 230개 개발, 기업도시 개발, 절대농지와 산지의 전용 허용 등 그나마의 산림과 산지마저 깎아내릴 개발정책만 즐비하다. 상공회의소 등 재계가 앞장서 ‘소경 제 닭 잡아먹듯’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외치는 목전의 소아(小我)적 개발행위에만 눈이 멀었다. 환경색맹(色盲)이 따로 없다 할 만큼 정ㆍ재계 위로부터 아래까지 온통 산지훼손에 눈독이 들어 있다. 어찌할거나, 8년 후 교토의정서 의무국이 됐을 때 산림생태계마저 망가져 성하지 못한다면 그때 가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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