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담보쉬운 개인.中企만 상대" 전당포식 영업 심화

■ 시중은행 대출행태 분석은행들이 비교적 담보를 잡기가 쉬운 개인이나 우량 중소기업들 위주로만 자금을 운용, '전당포식 경영'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은행들은 돈을 떼일 것을 우려해 담보설정 등 채권확보가 용이한 주택담보대출이나 부동산 및 공장설비 등을 담보로 한 기업대출을 선호하고 있다. 은행들은 기업대출을 늘려야 한다는 당위성은 인정하고 있으나 불투명한 경기상황 및 이로 인한 기업들의 경영악화를 우려해 섣불리 기업대출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들이나 신용도가 우수한 중소기업들은 은행문턱을 넘기가 비교적 쉬운 반면 대기업이나 신용도가 처지는 기업들은 은행돈을 빌려쓰기가 어려운 상황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가계대출은 여전히 '출혈경쟁'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시장을 놓고 벌이고 있는 은행간 경쟁은 여전히 수그러들 줄 모르고 있다.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이후 6월 말까지 은행권 전체의 가계대출 실적은 1조7,000억원 이상 급증했고, 이 중 9개 주요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만도 올들어 13조5,000억원 가량이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들어 가계대출 실적이 감소한 은행은 단 한곳도 없었으며, 늘어난 가계대출의 대부분은 주택 등을 담보로 한 부동산담보대출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각 은행들은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담보설정비 면제기간 연장 등 출혈경쟁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가계대출의 경우 떼일 우려가 별로 없는데다 소액이라서 부담도 적다"며 "각 은행들은 주택등 부동산담보대출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고객층과 금리결정 방식 등을 차별화 하는 방식으로 서로 고객을 뺏고 빼앗기는 혈전을 치루고 있다"고 말했다. ◆ 중소기업 대출 증가-대기업은 급감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월 이후 6월말까지 5개월여 동안 은행권 전체의 중소기업 대출실적은 6조5,000억원 가량 증가한 반면 대기업대출은 3조원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기업 대출의 경우 은행들의 리스크(신용위험) 회피에다 자체적인 차입수요 감소, 부채비율 감축을 위한 단기대출 상환 등으로 전반적으로 크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반면 중소기업 대출은 일부 우량은행들에서 주도해 왔던 대출확대 캠페인이 다른 은행들로 확산되면서 4~5월 이후 급증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 올들어 대기업 대출이 늘어난 시중은행은 단 한곳(신한은행) 뿐인 반면 중소기업 대출이 증가한 곳은 국민, 주택, 외환, 신한, 하나, 한미 등 6개 시중은행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경기상황이 좋지 않아 기업들의 대출수요가 별로 없는데다 대기업 대출은 한꺼번에 큰 규모로 나가기 때문에 리스크 부담이 크다"며 "대부분 우량 중소기업들 위주로 대출경쟁을 펼치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 대출고객 '빈익빈 부익부' 심화 그나마 다행인 현상은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쪽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점. 대기업들은 리스크가 크고 가계대출은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보니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경쟁도 차츰 치열해 지고 있다. 그러나 영업방식은 주택 등 담보가 있는 사람들 위주로 우대 받는 가계대출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신용도가 우수한 우량 중소기업들은 오히려 은행들을 골라가며 배짱 좋게 돈을 빌려 쓰는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여전히 외면당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대출담당자는 "기업대출을 늘리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중소기업 대출처를 찾아 다니고는 있지만 취약한 재무구조 등 중소기업들의 특성상 내놓을만한 담보가 없는 기업들에게는 대출을 해주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은행들은 자금을 받아 기업에 공급하는 자금중개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며 "앞으로는 과감하게 리스크를 떠안으면서 '대출편식'을 현상을 해소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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