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동물들

■ 휴머니즘의 동물학 비투스 B. 드뢰셔 지음/ 이마고 펴냄 `침팬지는 막대기를 써서 동료를 때리기도 하고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형제간 질투심을 보이기도 하며 심지어 부모가 죽으면 이를 슬퍼해 스스로 굶어죽기도 한다` 인간만이 유일하게 사물에 대한 이치를 판단할 줄 알고 과거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감정을 유지하며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을 행할 줄 안다는 믿음이 얼마나 독선에 가득찬 것인가를 잘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침팬지에 대한 이런 관찰에 근거해 어떤 동물학자는 인간이 침팬지와 다른 점은 불을 사용하고 체계적인 상징기호(말과 언어)를 사용하는 등 정신활동 능력의 단지 2%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동물들의 세계에 대한 이러한 새로운 이해는 20세기 중반이후 진행돼 온 동물행동학이 가져다 둔 커다란 성과임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인간세계를 지배해 온 다위니즘의 위세 앞에서 별로 신통치 않게 받아 들여져 온 게 사실이다. 실제로도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인간사회는 동물세계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약육강식의 적자생존의 원리가 지배한다고 믿고 있으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끊임없이 외부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상대 기업들의 경쟁을 물리쳐야 하는 기업들로서도 `투쟁을 통한 생존`의 원리를 불문율처럼 받아들이는 데 익숙하다. 그러나 이번에 나온 독일의 동물행동 연구가이며 심리학자인 비투스 B. 드뢰셔가 쓴 `휴머니즘의 동물학`은 동물의 행동연구에 관한 기존의 견해가 옳지 않거나 너무 편협한 것이었다고 단언한다. 결과적으로 이에 기초하여 이뤄져 온 인간 사회에 대한 수많은 가설들과 행동원리 또한 철저히 수정돼야할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 책은 동물들이 지금까지 사람들이 믿어왔던 것보다 훨씬 더 `인간적으로` 행동한다고 강조한다. 동물의 공격성은 살아남기 위한 필요악이 아니라 그들 사회에서도 사악한 것, 통제돼야 할 그 무엇으로 간주되며, 약자에 대한 강자의 승리는 더 이상 보편적인 생존전략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동물사회에서도 공격성이 아니라 이타적인 행동들, 즉 연대와 협력을 통한 사회적 조화가 더 성공적인 생존전략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동물사회에서는 힘이 세고 폭력적인 동물은 절대 우두머리의 자리에 오를 수 없고, 무리의 생존을 지켜줄 수 있는 지혜롭고 경험이 풍부한 자가 우두머리가 된다. 간혹 폭력적, 야만적인 성향을 가진 동물이 있다면 그 동물은 무리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동물들은 싸움을 할 때도 `약자 보호 규정`을 엄격히 지킨다. 자신의 힘이 부족하면 깨끗이 승복하고 항복의 표시를 하며 싸움에서 이긴 동물은 항복한 상대를 결코 해치지 않는다. 또한 같은 종들끼리 암컷이나 영토를 놓고 다툴 때 상대에게 치명적인 독이나 뿔은 절대 사용하지 않으며, 꿀벌의 예에서 보듯 단지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서만 사용할 뿐이다. 이 책에는 200여종의 다양한 동물이 등장하고, 동물행동학 분야에서 업적을 남긴150여 학자들의 연구결과가 언급되고 있다. 이 책의 목표는 결국 인간사회에 대한 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동물의 사회적인 능력과 인간의 공동생활을 비교 분석하면서 물질문명의 발달로 인한 비인간화 문제, 자원고갈, 인구팽창, 각종 사회범죄 등 인간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동물사회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생각해볼 것을 촉구한다. 저자는 또한 동물의 인간적 측면에 주목한 것은 여성학자들이었다고 강조한다. 제인 구달, 스텔라 브루어, 다이앤 포시 등 오랜 세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동물들을 자연적 생활공간에서 관찰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많은 여성연구자들 덕분에 다양한 동물들의 감정, 공동체 속에서의 태도, 학습능력에 관한 지식들이 알려지게 됐다는 것. 반면 남성 동물학자들은 연구실에 틀어 박혀 개인적인 출세를 꾀하면서 다윈이 제시한 가설을 동물세계와 인간세계에 적용하기 위한 세련된 폭력론으로 포장해내기 바빴다. 그 결과 그들은 `세계는 강한 자가 지배하며, 힘과 폭력만이 생존을 보장하며, 따라서 스스로도 폭력적이어야 한다`는 가공의 신화를 창조해 냈다는 것이다.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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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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