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평균'의 함정

‘평균’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라는 통계가 자칫 3,000달러도 못 버는 수많은 약자들의 존재를 망각하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정부가 이 같은 ‘평균의 함정’에 빠지면 그 부작용은 예상 외로 클 수 있다. 지난 22일 정부가 채권입찰제를 적용해 산정ㆍ발표한 판교 2차 분양가가 이런 경우다. 판교 2차 실질분양가는 분당 ‘평균 시세(공시 가격 기준)’의 90%선에서 책정됐다. 이 액수와 원가연동제에 따른 명목 분양가의 차액만큼을 당첨자들은 채권손실액으로 지불해야 한다. 정부의 발표를 보면 44평형 실질분양가는 8억1,700만원이다. 발코니 확장 비용 등을 추가하면 8억4,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부동산에 알아보니 44평형의 분당 시세는 7억9,000만원에서 13억원까지 지역별로 큰 차이가 난다. 분당 내 트로이카로 불리는 서현ㆍ수내ㆍ정자동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상당수가 판교 2차 분양가를 밑돈다. 이 때문에 판교 2차 분양가가 정부의 규제로 가까스로 억눌려 있는 분당 등 판교 인근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평균의 함정이 단순히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통계상의 오류로만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가격이라는 것은 한번 올라가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하방경직성’이 강해 13억원짜리가 8억원선으로 떨어질 확률보다는 일부 7억원대의 아파트 가격이 판교 분양가 때문에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한다. 이럴 경우 2달 동안 내림세를 유지하던 분당 아파트 가격이 다시 오르면서 강남 등 인근 지역에 상승 압력을 가하는 도미노 현상이 빚어질 수도 있다. 실제 용인 지역에서 분양을 앞두고 있는 업체들이 분양가를 높여 부르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이 같은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시세 차익을 환수해 서민 주택 공급 자금으로 쓴다는 취지의 채권입찰제가 부동산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해, 오히려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더욱 어렵게 하는 부작용이 생긴다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채권입찰제의 본래 취지는 최대한 살리면서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게끔 보다 정교한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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