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신중을

국민연금 기금이 내년부터 투자기업에 대해 주주권을 행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연금기금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5조5,000억원 어치로 국내 최대의 기관투자자이다. 이 같은 막강한 연금 기금이 주총에서 임원선임이나 경영 등에 주주권을 행사할 경우 그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에 대한 시각이 찬ㆍ반으로 엇갈리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재계는 기업의 경영관행에 상당한 변화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적잖게 당황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주주권 행사를 추진하게 된 배경에 대해 "건전한 기업풍토를 정착시키고 적극적인 배당 요구 등으로 연금기금의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국민이 주인인 연금기금이 최대한 수익을 내도록 투자기업의 경영정보와 활동을 제대로 파악하고 감시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투명기업에는 투자를 확대, 우대 풍토를 조성하고 불건전 기업은 주식을 매각, 증시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연금의 고갈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는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로서는 상황이 심각하다. 그렇지 않아도 소액주주 소송이니 사외이사니 해서 기업경영에 대한 감시나 견제가 예전과 같지 않은 판국에 연금기금의 주주권 행사는 적지 않은 파란을 몰고 올 것이기 때문이다. 임원선임을 비롯, 경영에까지 참여 간섭할 경우 기업들로서는 경영자율성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게 될 것이 분명하다. 연금기금이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은 증시에서도 우량으로 판정 받고 있는 불루칩이 대부분이며 지분율도 높다. 연금기금 뿐만 아니라 투신권 등 기관투자자도 주주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설 경우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배력 강화가 예상된다. 기업들이 새로운 관치라고 우려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사실 주주권이 제대로, 올바르게만 행사된다면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이는 곧 기업가치의 상승효과를 가져 온다는 점에서 실험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복지부는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의 예를 들어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입김이 거센 우리나라에서 선진국의 실험이 그대로 통용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기업에 대한 감시를 넘어서 간섭이 되거나 또 하나의 관치 행태로 변질 될 경우 부작용만 낳을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시기도 좋지 않다. 연금재정의 수익률을 투자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로만 돌리는 자세도 문제다. 재정부실에 대한 책임회피 수단으로 비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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