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10월 8일] 환율급등과 외화 유동성부족

올해 내내 글로벌 금융위기와 원ㆍ달러 환율 상승 관련 기사가 신문을 가득 메우고 있다. 지난 2007년 10월 말 900원을 저점으로 상승세를 지속해온 원ㆍ달러 환율은 급기야 1,300원도 넘어섰다. 이는 6년여 만에 최고치로 외환시장에는 전운마저 감돌고 있다. 이처럼 환율이 급등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외화유동성 사정이 그만큼 악화됐기 때문이다. 외화유동성은 지난달 리먼브러더스 붕괴를 계기로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글로벌시장에서 금융회사들이 달러화 공여를 기피하는 신용경색의 여파다. 이 때문에 현재 국내 금융회사들의 외화차입, 외화표시채권 발행 창구가 막혀가고 있다. 지금 돌고 있는 외화자금은 하루짜리 초단기 자금뿐이다. 이런 외화부족은 외화, 즉 달러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의 환율급등세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급등세를 뒷받침하는 펀더멘털 요인으로는 적자로 반전된 경상수지와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에 따른 국제수지 적자를 들 수 있다. 올해 중 352억달러에 달하는 외국인 주식매도, 125억달러의 경상수지 누적적자는 대한민국 경제의 외화벌이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수급상으로는 ‘한 방향으로만 움직일 것’이라는 기대가 횡행하는 환거래 행태를 지적하겠다. 2004년 10월 이후 3년간 원화강세가 지속되면서 벌어졌던 원화강세 베팅, 선물환 매도는 환율이 상승으로 반전하자 부메랑이 되고 말았다. 키코(KIKO) 평가손에 따른 중소기업의 부도, 해외펀드의 마진콜이 그 일례다. 원화강세 베팅이 없었더라면 최근에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은 악재가 아니라 호재였어야 한다. 반면에 정유사 등 수입업체와 외국인은 유가가 급등하고 본국의 자금난이 심화되자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데도 불구하고 달러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매도세가 됐어야 할 수출업체는 선물환 매도의 후폭풍으로 달러 매도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신흥시장 가운데 높은 유동성을 보유한 국내 금융시장이 글로벌 신용경색시기를 맞아 외국인들의 유용한 자금회수처로 전락한 현실도 급등세를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 외환시장은 어느 누구도 매도세가 되기를 꺼리는 가운데 환율의 마지노선을 시험하는 참가자들의 주문에 따라 급등하는 형국이다. 글로벌 신용경색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과 경상수지 적자 반전도 의문시되고 있어 이런 행태가 자연스레 해소되기는 어렵다. 시장참가자의 행태에 따른 가격변동성 증폭이 변동환율제의 태생적 취약점이기도 하다. 나아가 외환시장에서는 정부ㆍ금융기관ㆍ수출업체 간의 신뢰 상실, 그리고 외화유동성 악화가 실물거래 위축으로 이어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신뢰의 상실은 금융시장 존립 근거의 실종이자 실물경제 위축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차제에 정부는 국가 간 공조체제는 물론 국내에서도 민간부문과의 신뢰회복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과 경상수지 적자 기대 불식을 위한 개입도 지속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발표된 외화유동성 공급과 무역금융 재할인 정책은 시의적절하다. 오히려 수출입과 관련, 외화 실수요자에 대한 지원은 꾸준히 지속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중소업체와 개인들은 900원대에 맞췄던 외화지출계획을 과감히 수정해야 할 것이다. 이에 따른 외화수요 감소, 경상수지 개선, 환율 하락이 애덤 스미스가 말하는 가격기능의 회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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