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철 왜 강한가] 3. 경영혁신포철 마케팅실의 C부장은 요즘 전자상거래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개설한 스틸엔닷컴(Steel-N.com)의 인터넷 전자거래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 재고에 한해 매주 3회 실시하는 경매에 참여하는 업체는 지난해 9월 첫 거래때 400개를 넘은 뒤 이제는 600개를 향해 치닫고 있다.
이제는 재고가 달려 팔 물건도 없다. 포철은 오는 9월부터 일부 정품도 사이버 거래를 실시할 계획이다.
요즘 포철 서울사무소 직원들은 밤에도 수시로 출근을 한다. 오는 7월 도입될 전사자원관리시스템(ERP)의 실전 테스트와 시물레이션 작업때문이다. ERP는 지난 2년간 프로세스혁신(PI) 작업을 통해 설계된 업무 프로세스를 인터넷 기반에서 구현하는 솔루션.
PI와 e비즈니스는 포철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회심이 카드다.
포철은 철강재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스틸엔닷컴과 소모성자재 구매사인 엔투비(eNtoB.com)를 출범시킨데 이어 올 7월까지 사내 전산시스템을 ERP로 옮기는 작업을 끝내기로 했다. 이들의 핵심은 기존의 생산자 중심 업무흐름을 고객중심, 시장중심으로 완전히 뜯어 고치자는 것.
포철의 혁신작업은 세계 유수 철강사들의 비상한 관심사다. 일본 신일철은 포철의 PI에 자극받아 최근 이 작업을 전격 추진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도대에 PI는 무엇인가.
우선 그 규모에서 이 프로젝트에 실린 무게를 실감케한다. 2년반에 걸쳐 모두 1,900억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내부 업무혁신 프로그램이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그 예가 드믈다고 한다.
PI는 회사내 모든 업무절차를 표준화ㆍ통합화해 인터넷과 상호 호환이 가능한 ERP로 바꾸는게 핵심이다. 현재 14개팀 104명의 인력이 PI실에서 판매생산ㆍ재무ㆍ기술투자ㆍ구매ㆍ기획관리 등 전 업무에 대한 프로세스 단축과 업무혁신을 연구하고 있다.
이 작업이 끝나면 전 직원은 스피디한 프로세스형 관리체제에서 일하게된다. 예를들어 현재 10일이 걸리는 (월간)결산은 일일결산으로 바뀌고, 5일 걸렸던 월간 자금계획 수립은 하루만에 끝난다.
철강제품의 납기도 절반이하(열연의 경우 주문에서 출하까지 30일에서 14일로 단축)로 떨어지고, 납기적중율은 현재 83%에서 95%까지 높아진다.
포철이 PI와 전자상거래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정보기술(IT)의 접목만은 아니다. 포철은 PI를 통해 종업원들의 의식 변화까지도 겨냥하고 있다. 그동안 권위주의적인 공기업 체질에 익숙해 있던 기업문화를 기동성과 창의성, 투명성을 갖춘 글로벌 기업문화로 바꾼다는 것.
PI를 총괄하고 있는 유경렬 상무는 "포철은 IT기술 분야에서 세계 어느 철강업체보다 앞서 있다"며 "PI와 e비즈니스를 통해 업무 프로세스를 고객과 시장중심으로 바꿔 미래 경쟁력을 확고히 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제=전자상거래를 확대할 경우 지금까지 구축해 온 국내외 유통업체에 공급하는 물량을 줄여야 한다. 이 경우 기존 유통업체들이 반발이 예상된다. 지난해 PI를 통해 구매과정을 축소하고, 전국적인 경쟁체제로 전환하기로 했을 때 광양지역 납품업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PI와 전자상거래가 확대됨에 따라 기존 오프라인 업체들의 반발도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앞으로 포철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이 프로젝트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동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