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콜금리를 3.5%에서 3.25%로 0.2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과 달리 한은이 지난 8월에 이어 석달 만에 또 다시 금리를 내린 것은 더 이상의 경기침체를 막기위한 고육책으로 여겨진다.
금융시장이나 물가 측면에서 본다면 금리를 내리기보다는 오히려 올려야 할 상황이다. 국제금융시장의 추세는 금리인상 쪽이다. 미국은 또 금리를 올려 올들어 세번째 인상을 단행했으며 추가인상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홍콩도 미국에 맞춰 금리를 올렸다. 앞서 중국도 금리를 올렸는데 전문가들은 추가인상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가들이 잇달아 금리를 올리는데 우리만 낮추면 금리역전 현상으로 인해 국내에 들어온 외국자본은 물론 국내자본도 빠져나가 증시를 비롯해 금융불안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박승 총재도 인정했듯이 물가도 문제다. 유가의 고공행진이 꺾이고 농산물가격이 하락하고는 있으나 물가안정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금리를 내린 것은 그만큼 경제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박 총재는 우리경제의 모든 분야가 침체이며 4ㆍ4분기에 더 악화되고 내년 1ㆍ4분기는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3ㆍ4분기 경기전망을 포기했던 KDI도 엊그제 내놓은 보고서에서 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이번 금리인상은 정책당국의 경기부양 의지에 따른 경제 주체들의 심리적 안정효과와 최근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환율하락세의 일시적 진정효과 등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금리역전 현상의 부작용이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달러수요 증가로 환율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경제난의 근본 원인인 기업투자 촉진과 소비심리 및 내수 회복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대기업들의 현금보유액이 50조원에 이르는 데서 보듯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것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 금리인하는 이자 생활자들의 소득을 줄여 오히려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따라서 금리인하가 효과를 거두려면 기업과 소비자들이 마음 놓고 투자하고 지갑을 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규제완화와 정책의 불확실성 해소를 통해 기업의욕을 살리고 경제에 불안감이 해소돼야 금리인하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