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12월 4일] IT 러다이트

[동십자각/12월 4일] IT 러다이트 이규진 정보산업부 차장 sky@sed.co.kr 네드 러드는 지난 1800년대 초 영국 노팅엄에서 기계파괴 비밀결사체를 이끌었다. 그는 기계도입 때문에 임금 하락은 물론 '밥그릇'마저 잃게 된 근로자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밤에 복면을 두르고 직물기계를 부쉈다. 영국 정부는 단호했다. 러드를 포함해 17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제2의 물결'인 산업혁명을 거스른 결과였다. 비록 러다이트 민란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지금도 세계 산업현장 곳곳에서 러드의 그림자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생산성을 높여주는 새로운 기술과 공정을 도입하려다 일자리 감소를 우려한 노동조합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친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기술진보에 저항하는 건 근로자들만이 아니다. 신기술에 떠밀려 존립이 위태로운 기업주나 경영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초일류기업들은 첨단기술을 적극 수용하고 더 나아가 선도한다.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을 앞세워 혁신에 성공하면 경쟁사들을 멀리 떼어놓고 시장에서 몰아낼 수 있다. 요즘 방송통신업계를 보노라면 여기저기서 러다이트 망령이 돌아다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물론 기계를 부수는 원시적인 모습은 없다. 제도와 시장지배력을 교묘히 이용해 기득권을 길게 가져 가려는 행태들이 만연하고 있다는 얘기다. 무려 3년여의 허송세월 끝에 막을 올린 인터넷TV(IPTV)를 보자. 방송권력을 앞세운 방송계 종사자들의 강력 반발 때문에 IPTV가 시작부터 헤매고 있다. IPTV는 기존 방송매체와는 비교할 수 없는 무궁무진한 콘텐츠,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하는 쌍방형 서비스로 디지털미디어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방송사업자ㆍ지역방송사 등은 인터넷이 방송을 압도하는 일대 변혁을 두려워하고 있다. 인터넷전화 역시 그렇다. IPTV 분야에서 방송업계의 훼방으로 곤혹을 치른 KT는 인터넷전화 부문에서 입장이 정반대다. 인터넷전화 가입자가 느는 게 정말 싫다.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KT 집전화(90% 점유율) 매출과 이익이 줄기 때문이다. 초고속 인터넷시장의 44%를 쥐고 있는 KT가 인터넷전화를 외면하고 있는 이유다. 이윤추구가 지상과제인 기업이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유리한 환경을 유지하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해보인다. 하지만 '밥그릇' 때문에 기술진보에 따른 변화를 외면한다면 '정보기술(IT) 강국 코리아'는 빛바랜 추억이 돼지 않을까.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