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중국 '골디락스'의 균열

한 나라의 경제가 높은 성장을 거듭하면서도 물가안정이 지속되는 경제 상태를 ‘골디락스 경제(Goldilocks Economy)’라고 한다. 중국경제가 이처럼 물가부담없는 고성장이 지속되는 ‘골디락스 경제’에 들어섰다는 것은 꽤나 오래된 얘기다. 중국의 고성장ㆍ저물가 상황은 97~2002년의 경제지표에 분명하게 나타나 있다. 이 기간에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99년의 최저 7.6%에서 97년의 9.3%까지의 진폭을 보이며 높은 성장세를 유지했는데 물가상승률은 98년과 2002년의 최저 -0.8%에서 97년의 최고 2.8% 사이에서 움직였다. ‘골디락스 경제’란 말은 영국의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Goldilocks and the three bears)’에서 유래됐다. 동화 속 주인공인 금발소녀 골디락스는 어느 날 숲 속에서 곰 세 마리가 살고 있는 한 오두막집에 들어갔다가 식탁 위에 놓여진 뜨거운 수프와 차가운 수프, 적당한 온도의 수프 세 그릇을 발견했는데 그 중 알맞은 온도의 수프를 먹고 매우 기뻐했다는 얘기다. ‘골디락스 경제’는 이렇게 동화 속 수프처럼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고성장과 저물가의 행복한 동거로 ‘경기 순환’이 사라지고 성장이 지속되는 경제상황을 뜻하는 말이 됐다. 중국에서 ‘골디락스 경제’가 유명해진 것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2004년 ‘중국경제가 골디락스에 진입했다’고 보도하면서부터다. 당시만 해도 “경제가 높은 성장을 거듭하다 보면 물가가 올라 성장이 지체되기 마련인데 ‘경기 순환’ 없는 골디락스 경제가 가능하냐”는 전문가들의 비판이 많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지적을 비웃기라도 하듯 중국경제의 고성장ㆍ저물가 기조는 그후에 더욱 강화됐다. 2004년과 2005년, 2006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0.1%와 10.4%, 11.1%로 높아졌고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9%와 1.8%, 1.5%로 낮아졌다. 그런데 요즘 중국의 물가전선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돼지고기 등 식료품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지난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4.4%로 급등했고 올해 물가지수가 5~6%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급기야 국가통계국은 “올해 CPI가 4%선 이내로 잡힐 것”이라는 수정 전망치를 제시하며 사실상 중국 정부의 물가억제선인 3%선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의 골디락스 경제에 심각한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물가불안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결국 최근 5년여간 10% 이상의 고성장을 지속해왔던 중국경제의 성장엔진도 급격히 힘을 잃게 될 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중국경제의 급강하에 따른 리스크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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