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BRICs)에 이은 친디아(Cindia) 열풍으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나라가 있으니, 바로 인도이다. 하지만 아직도 인도라고 하면 도로에 소가 다니는 황당한 나라, 카스트제도의 철저한 신분제 사회, 세계 최대의 빈민굴이 존재하는 열악한 국가로 여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인도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에조차 인도는 그저 우리의 수출 기지일 뿐이다. 하지만 아무리 못사는 나라라 해도 배울 점은 반드시 있는 법이다.
필자는 최근 인도의 주요 기업 및 인도에서 활동 중인 외국 기업, 그리고 인도 정부 기관 등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방문 업체 중에는 제조업체도 있었고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대우상용차를 인수한 업체로 국내에 널리 알려진 인도 최고 재벌기업 중 하나인 타타(TATA)그룹과 인도 정보기술(IT)기업의 빅 3라 불리는 타타컨설턴트서비스(TCS)ㆍ인포시스(InfoSys)ㆍ위프로(Wipro)의 방문은 인도에 대한 시각을 다시 잡아주는 좋은 기회가 됐다. 인구 11억 국가의 대표기업들답게 그곳에는 훌륭한 인재와 쾌적한 근무 환경이 있었고 미래에 대한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그들의 모습에서 필자는 인도의 미래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인도가 세인의 관심을 받게 된 큰 이유 중 하나는 역시 인도의 뛰어난 IT산업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요즘 인도 IT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인도 IT 인력의 높은 이직률이 그 원인이다. 인도 IT기업의 연평균 이직률은 20~25% 내외라고 한다. 국내 일반 대기업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흥미로운 점은 인도에서는 IT 기술자는 물론, 대부분의 사무직 근로자들에게 이력서 업데이트 작업이 일과업무 중 하나일 정도로 아주 보편화돼 있다는 것이다. 언제든지 회사를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는 뜻인데, 만약 한국 기업에서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는 부하직원을 상관이 보게 되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무슨 문제가 있는지 고민을 들어봐야지’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른 곳으로 떠나려는 마음을 먹고 있다’ ‘회사에 대한 충성심 없는, 언제 떠날지 모르는 잠재적 배신자다’ 등의 부정적 반응이 더 많지 않을까.
인도 IT기업을 방문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직원들의 이직을 바라보는 인도 기업의 관점이 우리와 사뭇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들이라고 왜 직원의 이직에 대해 고민이 없을까마는, 그들은 직장을 옮기려는 직원을 탓하기 전에 회사 내부에 문제가 있지 않았나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한다는 것이다.
만약 회사가 대외적 경쟁력이 있고 비전을 제시한다면, 그리고 직원들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준다면 왜 그들이 떠나겠는가라는 것이다. 그리고 경쟁력 있는 기업이라면 이직자가 있어도 늘 새로운 사람으로 수혈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직률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철저한 시장경쟁논리이다. 5만7,0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인도 IT 업계의 2위 업체인 인포시스사의 입사 경쟁률은 거의 100대1 수준이다. 회사의 발전 모습과 좋은 근무 환경 때문에 입사하려는 사람도 많지만 떠났던 사람도 다시 들어온다는 것이 인사 담당자의 자신에 가득 찬 설명이었다.
일부 인도 IT기업에서는 젊은 한국인들이 근무를 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급여나 근무 조건도 인도인들과 동일하다. 인도의 IT기업에서의 근무 경력이 본인의 이력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라 자발적으로 인도까지 취업을 위해 오고 있다.
국내에서도 우수 인력 확보가 기업 경영 전략의 중요한 과제가 됐고, 이제는 우수 인력을 찾기 위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외국으로 직접 뛰어다니고 있다. 여기서 기업들이 알아야 할 점이 있다. 훌륭한 인재를 모셔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활동할 만한 여건이 내부에 마련돼 있느냐는 점이다.
어렵게 영입한 인재가 허약한 내부 역량 수준에 화들짝 놀라 금방 떠나버리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혹시 훌륭한 인재를 데려와 그 인력이 내부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켜주기를 기대하는 CEO가 있다면, 적어도 인도 IT 업계의 사례를 볼 때 그건 오산이다. 훌륭한 돼지 목에 걸린 진주 목걸이는 자신에 걸맞은 새 주인을 찾아 떠나고자 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