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회사는 벽돌을 쌓듯이 법을 준수하고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얻어지는 건전한 이익(Sound profit)을 추구해야 한다.” 유석렬 삼성카드 사장은 삼성의 금융사업 가운데 가장 고전하고 있는 신용카드 분야를 반석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 사장은 카드사태 이후 사실상 파산상태에 놓여있던 삼성카드를 아무런 예고도 없이 “맡아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유 사장은 2003년 2월 삼성그룹 계열사 중 가장 탄탄한 삼성생명 사장을 그만두고 삼성카드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3번에 걸친 유상증자와 5분의1 감자, 1,000여 명 인력 감축 등 각고의 노력 끝에 정상화 시켰다. 2003년 1조3,000억원의 적자를 내던 회사를 3년 후 2,700억원의 순익을 내는 알짜 회사로 바꿔놓았다. 채권단으로부터 5조원이 넘는 자금지원을 받았던 옛 LG카드와는 달리 스스로의 힘으로 수렁에서 빠져 나왔다. 유 사장의 힘은 ‘실행력’에서 나온다. 그는 “실행하지 않는 계획은 무의미하다.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목표와 전략은 구체화하고 생동감 있게 관리하라”고 주문한다. 계획을 나누고 쪼개서 구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들라는 것이다. 가령 ‘영업장 청결’이란 추상적인 구호보다 '영업장에 휴지 한 장 안 보이게 만들기‘와 같은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할 것을 요구한다. 직원들이 시장상황이나 경쟁환경, 회사의 경쟁요소 등을 감안하지 않고 막연한 목표나 희망을 제시할 때, 유 사장은 구체화된 목표와 달성 가능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도록 이끈다. 유 사장이 강조하는 경영방침은 창조적인 혁신과 도전이다. 본인 스스로도 창의적인 아이디어 발굴에 적극적이다. 2006년 여신금융협회장으로 일할 때 일화다. 당시 신용카드의 해외 위ㆍ변조 사고가 많아 카드사들이 해결책을 고민했다. 그는 여러 가지 생각 끝에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카드 고객이 해외를 다녀올 때마다 기록되는 출입국관리사무소 정보를 이용한다면 해외사고 예방이 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 카드 소지자가 귀국했다는 출입국 정보를 이용해 소비자가 한국에 있을 때는 해외에서 위ㆍ변조된 카드를 사용해도 승인이 나지 않도록 하는 ‘출입국 정보 실시간 시스템’을 창안해 낸 것이다. 이 시스템은 삼성카드 뿐만 아니라 전 카드사들의 해외 위ㆍ변조 사고를 줄여주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유 사장은 끊임없는 발상의 전환,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하면 어떨까?”라는 이른바 ‘What if?’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싹 트게 하고, 또 “한번 해 보면 어떨까”라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를 통해 아이디어를 실현해 열매를 맺게 한다. 유 사장은 ‘독서경영’으로도 유명하다. 삼성카드는 지난 2005년 북크로싱 제도를 도입했다. 회사에서 책 한 권을 선정하면 CEO와 임직원이 책을 돌려가며 읽고 감상평을 사내사이트에 올려 서로 의견을 나누는 제도다. 책을 통한 임직원들의 자기계발을 독려하고 소통하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지구는 평평하다’, ‘품인록’ 등 30권이 넘는 책을 800여 명이 임직원이 함께 읽었다. ‘항상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고객감동 경영도 유 사장이 내세우는 기업의 핵심가치다. 2006년3월30일 창립기념일을 맞아 유 사장은 ‘CCMS(소비자불만 자율관리 프로그램) 도입’을 선포했다. CCMS은 소비자불만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가 도입해 시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소비자불만을 예방하기 위한 기술과 내부불만처리 방법, 외부분쟁해결 프로그램 등을 갖추고 CEO부터 직원까지 체질화해야만 인증서가 나온다. 삼성카드는 그 해 7월11일 CCMS 인증 심사를 통과했다. 국내 최초로 CCMS 인증을 취득한 것이다. 이에 힘입어 지난 해에는 카드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외부 고객만족컨설팅 기관에서 제공하는 고객만족관련 4대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성과를 이뤘다. ■ "차별 마케팅으로 승부해야"
"경쟁과 일을 즐길줄 알아야 승리"
"경쟁과 일을 즐길 줄 알아야 승리한다." 지난 1월18일 관리자대상 시상식에서 유 사장은 "전자제품의 세일즈맨 중에 영화나 오디오 매니아가 있다. 이 사람은 어느 세일즈맨 보다 성과가 좋을 수 밖에 없다"며 "매니아 수준으로 지식을 무장한 세일즈맨은 물건을 잘 팔 수 밖에 없다. 남보다 아주 잘 할 필요는 없고, 1~2%만 남과 차별화되면 되는데 이런 작은 차이는 일을 즐길 줄 아느냐 모르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경쟁이 치열한 카드산업에서 경쟁을 즐기면서 차별적 마케팅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유 사장은 10년 후에는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는 "과학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제품 사이클이 급속히 단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10년 후를 전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새로운 기술의 발달이 '현금 없는 사회'를 앞당겨 신용카드가 다양한 형태로 진화 발전하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비생활은 프리미엄 소비와 실용주의 소비가 공존하고 복합화와 단순화의 가치가 함께 중요성을 갖는 시대가 되면서 신용카드 시장도 프리미엄 카드와 매스티지 카드, 범용카드와 니치마켓에 특화된 카드가 동반 성장하는 시장이 형성 될 것이란 분석이다. 유 사장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선 창조와 혁신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그는 지난 3월말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앞으로는 단순히 고객의 수요를 쫓아가는 개념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고객에게 더 나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주는 창조와 혁신이 기업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 유석렬 사장은
유석렬 사장은 삼성그룹 내에서 '재무통', '금융통', '턴어라운드(turnaround) 전문가'로 통한다. 지난 91년부터 5년간 삼성그룹 비서실 재무팀에서 일했다. 이후 삼성캐피탈ㆍ삼성증권ㆍ삼성생명 등 금융권 CEO를 두루 섭렵하면서 적자회사를 흑자회사로 바꿔놓자 이런 평가를 받게 됐다. 유 사장은 74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 산업공학과를 나왔다. 제일모직에 입사해 삼성맨이 된 후에는 삼성전자와 삼성그룹 비서실 등 그룹 내 요직을 두루 거쳤다. 외환위기 직후 삼성캐피탈을 맡아 흑자로 돌려 놓았다. 2000년에는 삼성증권의 대규모 대우채 관련 부실을 조기에 정리한 후 삼성증권과 삼성투신증권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삼성카드가 카드사태로 파산 위기까지 몰릴 때 사장으로 취임해 흑자로 전환시킨 후 지난해 6월에 증권거래소에 상장시켰다. 유 사장의 이런 성과는 '건전한 이익'에 대한 신념에 기반한다. 그는 자주 "경영자로서 이익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건전한 이익을 내야 한다"며 "특히 금융회사는 이익 규모가 줄어들더라도 리스크 관리가 전제된 건전한 이익을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록 호황 때라도 아낄 건 아껴가며 이익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사회공헌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유 사장은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을 강조한다. "사회 공헌은 기업의 손익계산서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항목"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 경영원칙
▦내실 경영 강화 ▦차별적 경쟁력 확보 ▦신성장동력 확충 ▦창조적 조직문화 정착 ◇ 약력 ▦50년4월 출생 ▦경기고ㆍ서울대 경영학과ㆍ한국과학기술원 산업공학과 졸업 ▦제일모직 공채입사 ▦삼성전자 반도체 기획담당 이사 ▦삼성 비서실 전무 ▦삼성캐피탈 대표 ▦삼성증권 대표 ▦삼성생명 대표 ▦삼성카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