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새영화] 시리즈 7

미디어광기 예리한 표현이미 제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객석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낸 '시리즈7'은 가상의 TV 리얼쇼 '적수들(Contenders)'의 7번째 에피소드를 일컫는 제목. 방송사가 무작위로 추첨해 시청자들을 선발하면 출연자들은 카메라가 지켜보는 가운데 상대를 죽여야 한다. 승자에게 주어지는 상은 자신의 생명뿐. 시청자가 출연 제의를 거부할 수도 없고 가족을 인질로 삼거나 자살하는 것은 반칙이다. 주인공인 돈은 임신 8개월의 몸으로 10명의 경쟁자들을 처치해 챔피언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마지막 라운드에 새롭게 참가한 인물은 신앙심이 투철한 중년의 응급실 간호사 코니, 실직과 마약중독으로 가정이 파탄지경에 이른 토니, 음모이론을 신봉하는 노인 프랭클린, 평범한 중산층 가정의 18세 소녀 린지, 그리고 말기 고환암 환자인 제프 5명이다. 린지는 남자 친구가 선물한 방탄조끼를 입고 부모의 열광적인 응원 속에 상대를쫓고, 코니는 자신의 주무기인 주사기로 적수들을 안락사시키려 한다. 토니는 어린아들을 인질로 삼아 살인 게임에서 탈출하려 하지만 방송국의 추격을 벗어나지 못한다. 참가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현장중계하며 주변인물의 내레이션과 상황 재연까지 곁들여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하다. 널리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도 한몫했다. 실제로도 TV에서는 이와 비슷한 일이 날마다 벌어지고 있다. 결혼 만들기, 공포체험, 다이어트 도전기, 무인도 표류기 등 방송사의 각본에 따라 이뤄지는 리얼쇼들을 떠올려보면 터무니없는 설정만은 아니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인간의 엿보기 욕망이 빚어내는 매스미디어 사회의 광기를 예리하게 포착한 현대의 우화로서 손색이 없다. 의외의 인물이 돌출행동에 나서면서 이뤄지는 극적 반전이나 '시리즈8'을 예고하는 마지막 장면도 인상적이다. '나는 앤디 워홀을 쐈다'의 시나리오 작가로 영화계에 입문하며 각광을 받은 대니얼 미나핸 감독은 이 영화 한편으로 단숨에 할리우드 `기대주'에서 `우량주'로 뛰어올랐다.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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