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술시장에 돈 몰린다] "국내 수년내 4~5배…1兆 달할듯"

경매 중심서 화랑가·아트페어로 열기 확대<br>유명 작가 쏠림현상 넘어 선택폭도 넓어져<br>"성장 지속 위해 가격 평가기구등 신설 필요"



“최근 100만원으로 명품을 컬렉션 할 수 있다”는 부제를 붙이고 막을 올린 인사동 노화랑의 ‘작은 그림 큰 마음전’. 2부가 시작된 9일, 그림으로 가득해야 할 전시 벽면이 휑했다. 담당 큐레이터는 “1ㆍ2부 통틀어 450여점을 걸 계획이었으나, 시작하기도 전에 작품이 대부분 판매됐다”고 했다. 세계 자금 시장의 유동성이 예금ㆍ부동산ㆍ주식에 이어 미술품으로 대거 이동중이며 국내 미술시장의 성장세도 장난이 아니다. 아트펀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화랑가에는 연일 매진 사례가 이어지고 수년내 미술 시장 규모를 지금의 4~5배로 보는 견해도 있다. 투자 포트폴리오 중 성장 가능성 면에서 단연 ‘튀어’ 보이는 시장이다. ◇경매에서 화랑으로 열기 확대=외환위기 이후 침체됐던 미술시장이 2000년 이후부터 경매를 중심으로 꿈틀대기 시작하더니, 올 들어 화랑가로 열기가 뜨겁게 옮아가고 있다. 인사동과 평창동 그리고 청담동 등 주요 화랑가에는 전시가 열리기 무섭게 작품이 팔려나가는 것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선컨템포러리(작가명:천성명), 갤러리 현대(쩡판즈), 학고재(이영배), 가나아트갤러리(사석원), 이화익갤러리(이정웅) 등에는 작품을 보기도 전에 구입하겠다는 주문이 쇄도하는 등 과거 볼 수 없던 이례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화랑가는 물론 중저가 작품을 판매하는 아트페어에도 고객들은 몰리고 있다. 중산층도 그림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 열렸던 아트페어 ‘김과장 전시장 가는 길’의 경우 지난해 6억 6,000만원 매출을 거둬들이며 처음으로 순익을 기록했다. 올해는 지난해 대비 매출이 약 50%이상 늘어난 상황이다. ◇유화에서 드로잉까지, 작가와 장르 선택의 폭 넓어져=예전에는 박수근ㆍ천경자 등 인기 작가 유화 등 일부 작가와 작품에만 쏠리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젊은 작가들의 컨템포러리 아트까지 작가군과 미술 장르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크리스티와 소더비 등 해외 경매에서 국내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최고가를 경신, 해외에서 통하는 작가들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점차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큰 원인. 이화익 갤러리 대표는 “예전에는 실력보다는 학벌이 컬렉터에게 중요한 구매 포인트였지만, 이젠 옛말”이라며 “지방출신이라도 해외 아트페어에서 인기를 끌면 국내에서도 찾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경매시장의 품목이 다양해지고 거래도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젊은 작가들의 작품과 드로잉 경매도 높은 낙찰률을 보이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최근 K옥션에서 진행된 ‘종이작품 및 소품’경매의 낙찰률이 87.3%로 지난해 5월 보다 15% 이상 높아졌다. 최근에는 인터넷 경매에도 사람들이 몰린다. 지난 2월 27일부터 시작한 서울옥션의 인터넷 경매는 매일 1~2점씩 작품을 올려 지금까지 단 한차례를 제외하고 모두 낙찰됐다. 이는 전체 미술작품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효과로 작용하고 있다. 김순응 K옥션 대표는 “낙찰률만 본다면 우리 경매가 이미 크리스티나 소더비 수준에 올랐다”며 “또 예전엔 대부분의 컬렉터들이 유화를 고집해 드로잉은 작품성을 인정받지 못했지만 이제는 컬렉터층의 폭이 넓어지고 안목도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종이작품 경매는 낙찰가 총액이 내정가(최저 낙찰가) 총액을 앞지른 첫 K옥션 경매”라며 “미술품이 전체적으로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작품 가격 평가 기구 신설 등 시장 개선책 필요=미술 시장의 열기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개선돼야 할 점이 적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작가들에 대한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해외의 경우 아트프라이스, 아트넷 등 작가 이력과 판매된 작품 가격 등을 상세하게 제공하는 서비스가 인기다. 이를 통해 한자리에서 작가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자신에게 맞는 작품을 고를 수 있다. 작품의 시장 가격을 평가할 수 있는 기구도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은 화랑과 작가에 의해 시장 가격이 정해지고 있어 구매자가 작품가격이 적정한지 판단하기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작품에 대한 시장가격을 감정하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술품 가격을 제공하는 전문지 아트프라이스를 발행하는 김영석 마니프 대표는 “국내에 6만명의 작가들이 활동하는데도 불구하고 특정작가에 대한 쏠림현상이 심각한 이유는 작가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며 “시중에서 거래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 가격을 수집ㆍ공개하고, 가격에 대한 적합성을 판단하는 등 시장 개선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모처럼 찾아온 미술시장의 열기는 또 다시 사그러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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