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수필] 인터넷 악덕론

비정부 시민운동 단체가 공천 반대 명단을 인터넷의 가상 주식시장에 올리자 하루 만에 20여만명이 접속하여 찬반논쟁을 벌였다고 한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 총선 때 인터넷 영향력은 0.9%였다. 그러나 오는 4월 총선에서는 인터넷이 발휘하는 힘이 훨씬 커지리라고 본다. 찬양자들은 인터넷의 미덕 중 하나로 「사이버 민주주의」를 꼽는다. 인터넷이 탈권력화와 참여민주주의를 촉진한다고 단순하게만 보는 것이다. 왜 인터넷의 악덕은 말하지 않는가. 왜 인터넷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새로운 지배자가 출현하거나 새로운 불평등이 도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논의하지 않는가.경제분야는 더욱 급하게 돌아간다. 「인터넷 경제」가 아니면 당장 파산할 듯한 위기감이 조성되었다. 정치 지도자들도 예외없이 이런 분위기에 편승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연두기자회견에서 전자민주주의와 전자 정부를 강조했다. 영국의 토니 불레어 총리는 전자상거래를 외면하면 영국경제가 망한다고 겁을 주면서 인터넷 육성책을 발표했다. 모두 한 방향으로 폭주한다. 그대신 인터넷이 본래 「기생충」같아서 숙주(宿主)가 필요한 존재임을 경고하는 소리는 거의 없다. 인터넷은 신문지면이나 영화 영사막 같은 도구일 뿐이지 신문기사나 영화 프로 같은 창의적 내용을 담은 것이 아니라는 본질을 알고 덤벼도 덤빌 일이다. 금융에서 시간은 돈이다. 이를 노려 인터넷은 돈을 향해 돌격하고 금융시장을 향해 쇄도한다. 인터넷에는 꿈이 없다. 오직 속도와 돌격을 강조하며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탐욕과 시행착오의 「악몽」을 꾸게 만든다. 인터넷의 속도 전능주의는 짜릿짜릿한 전율감을 준다. 그 속도 전능주의는 사람들을 죽인다. 일등만 하려다 보면 신용을 쓰레기로 여기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 인터넷은 허풍을 떨고 디지털은 과장한다. 미국을 필두로 하여 전세계가 인터넷의 힘을 크게 과대평가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미국 뉴욕대학 문화언론사회학 교수 토드 기틀린은 인간이 인터넷의 속도문화속에 산다고 말한다. 투자자를 비롯한 모든 사람을 속도광으로 만드는 인터넷 문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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