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안기부 불법도청 파문 '점입가경'

국정원 "미림팀장 K씨 등 조사, 의혹 밝힐 터"<br>"다른 도청조직 있다는 보도 사실과 달라"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의 특수도청팀인 '미림'팀이 1990년대 중.후반 정.재.언론계 유력 인사들의 사석 발언을 무차별 불법 도청한 사실이 밝혀진 데 이어 안기부내 또 다른 도청조직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정원은 25일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미림팀장이었던 K씨와전 안기부 직원 김기삼씨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내부 여론이 많다"고 밝히는한편 "미림팀 외에 다른 도청조직은 없었다"고 일부 언론의 주장을 반박했다. 1994∼98년초 '미림팀' 팀장이었다고 확인한 K씨는 24일 경기도 모처의 은거지에서 SBS와 가진 회견에서 안기부의 불법도청 사실과 테이프의 제작 및 유출 경위등을 소상히 밝혔다. SBS에 따르면 K씨는 1998년초 안기부에서 직권면직을 당했다가 소송 끝에 명예퇴직으로 처리됐으며 지금도 국정원의 특별관리를 받고 있다. K씨는 직권면직 당했을 때 `자기보호' 차원에서 테이프를 반출했으며 국정원에반납하기 전 이들 중 일부를 복사했고 이 가운데 일부가 언론에 유출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도청 테이프 제작.유출 경위 = 1993년초 O대공정책실장은 정.관.재.언론계 인사간 대화 도청을 전담하는 '미림팀'을 재가동한다. 이 때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취임한 1998년 2월까지 4년여 활동 기간 중 1천여개의 도청 테이프와 녹취록을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의 정부 출범 1년 후인 99년 K씨는 국정원의 구조조정으로 해직되자 도청테이프 100∼200여개를 들고 나와 한 재미 교포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려줬다. K씨는 국정원 해직자들의 모임인 `국사모(국가를 사랑하는 모임)'에 가입해 활동하면서도 "내가 갖고 있는 게 있다"는 말을 종종한 것으로 보도됐다. K씨로부터 테이프를 건네받은 재미교포는 이후 삼성 등을 접촉해 6억원을 요구했으나 삼성이 거절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정원은 삼성측의 제보로 K씨로부터 테이프와 녹취록 등을 회수했으나 전량 회수됐는 지 여부와 처리 문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K씨는 "당시 감찰실장에게 테이프를 반납했고 후에 국정원장 지시로 불태웠다고들었다"면서도 "나도 살아야 하니까 다 돌려주지는 않았다"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국정원은 K씨가 2004년 10월부터 2005년 1월 사이에 MBC의 L기자와 접촉, 테이프를 건네준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그는 "(MBC)테이프를 들은 적이 없다"면서 "내가 한 일이 너무 많으니까 테이프를 보거나 들어봐야 알 것 아니냐"고 말했다. MBC가 문제의 테이프 내용에 대한 보도 여부를 놓고 갈등하고 있는 가운데 이달중순 각 언론사들이 다른 테이프들을 입수, 경쟁적으로 보도하게 됐다. ◇ 도청 정보 처리 = 안기부 특수도청팀인 '미림팀'의 무차별적 불법도청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도청기를 사전에 설치한 한정식집, 호텔 식당 등에서 주로 이뤄졌으며, 도청 작업 후 녹취록으로 풀어 미림팀의 K 팀장이 당시 O대공정책실장에게보고했다. `미림'은 강남의 한 음식점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보고 방식은 보안을 위해 프린트(출고)가 금지된 컴퓨터 온라인망을 이용해 O실장에게 보내졌으며 이 내용은 O실장의 보좌관인 김기삼씨가 필사해 O실장에게 보고했으며 청와대 핵심관계자들에게도 전달됐다. ◇"입 열면 안 다칠 언론사 없다" = K씨는 24일 SBS회견을 통해 "조선,동아일보,SBS, MBC, KBS 모두 다 똑같다"면서 우리들을 흥분시키면 진짜 언론에 재갈 다 물려놓을 거야"라고 호언했다. K씨는 주요 언론들이 미림팀 도청 내용을 근거로 홍석현 주미대사(전 중앙일보사장)의 정치자금 중개인 역할 등을 '대서 특필'한 것을 지칭한 듯 "조선, 동아는제정신이 아니야. 역겹다. (중앙일보에) 초상났다고 좋아하지 마라. 언론은 다 자유로울 수 없다"며 한국 언론 전체를 싸잡아 겨냥하는 등 폭언도 서슴지 않았다. ◇'새로운 도청팀 존재' 여부 = 안기부는 또 문민정부(김영삼 대통령) 시절 특수도청팀인 '미림'을 운영한 것외에도 현안별 태스크포스팀 성격의 특수조직을 만들어 유력인사들을 도청해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선일보는 25일 국정원 전.현직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이 도청팀이 대공정책실(이하 대정실) 산하 '○○과'에 소속돼 있으면서 현안이 생길 때마다 3,4명씩 팀을 이뤄 도청공작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특히 ○○과 도청팀은 유력인사들의 사진을 몰래 촬영한 도촬(盜撮)까지 해와녹취록에 첨부해 보고하기도 했다고 복수의 옛 국정원 인사들이 증언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25일 "신규 도청팀이 존재했다는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국정원 반응 = 국정원 관계자는 25일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도청 사건조사를진행 중에 있으며 필요하다면 K팀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해 한 점의혹이 없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K씨가 퇴직시 도청 테이프 100∼200여개를 외부로 유출한 혐의에대해서도 국정원법에 의거,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직원법 17조는 '국정원 직원은 퇴직 후에도 직무상 얻은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되며 위반시 10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다. 국정원의 관련자 조사 방침 결정에 따라 미림팀의 존재와 도청 내용을 폭로한전 국정원 직원 김기삼(미국 체류)씨도 국정원 직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조사받게될전망이다. 국정원측은 "김씨가 이미 인터폴에 수배된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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