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과도한 단기외채 차단…적립금, 위기때 유동성 공급 실탄으로

[외화 부채에 은행 부담금]<br>예상외 중·장기 외화부채까지 부과…불안 요인 차단<br>부과요율 단기채 20bp 검토·유입늘면 대상기관 확대<br>전문가들 "원·달러 환율 하락 방향성 바꾸기는 힘들것"


정부가 사실상 은행세인 일명 거시건전성 부담금(은행부과금)을 부과하는 것은 급격한 자본유출에 따른 외환시장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단기외채에 대한 대응 카드를 마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아울러 과도한 외화차입을 줄이고 단기외채의 장기화를 유도하며 외화부채의 질과 양을 개선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적립된 부담금은 앞으로 위기 때 외화유동성 공급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한국형 은행세 거시건전성 부담금=금융시장의 예상과 달리 정부가 단기를 포함해 중기ㆍ단기 외화부채에까지 부담금을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급격한 자본유출시 국내 외환시장의 불안을 초래하는 모든 요인을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긴 것이다. 특히 부담금 대상을 비예금 외화부채로 제한해 외화ㆍ증권 거래시마다 과세하는 거래세(토빈세)와 차별화함으로써 부담금 시행에 따른 외화 차입 축소 우려를 막겠다는 계산이다. 또한 외국은행 지점에 대한 이중규제라는 논란에 대한 대외적 명분을 얻는 동시에 우리 경제의 구조적 위험요인인 자본유출입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거시건전성 제고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부과 요율 단기 20bp 수준 검토=정부는 기간별로 부담금 부과 요율을 차등할 예정이다. 단기로 제한하기보다 중장기까지 확대해 외환시장 불안요인을 모두 차단하는 동시에 외환시장의 질적 및 양적구조를 개선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일단 단기 20bp, 중기 15bp, 장기 10bp 수준을 검토하고 있다. 부과 대상을 비예금 외화부채 잔액으로 한정한 것은 외화예수금에 예금보험료가 물리고 있어 이중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상 기관을 은행권으로 한정한 것은 비예금 외화부채의 96.2%를 은행권이 차지하는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경우에 따라 비은행권을 통한 우회 외화유입이 늘어나면 전체 금융권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추가 규제방안도 검토=정부는 전문가 공청회와 금융권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을 거쳐 법제처 심사 후 내년 2월 임시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상반기 중 법률안이 통과된 후 시행령 등 하위법령 개정을 추진해 하반기에 조속히 시행할 방침이다. 한편 정부는 향후 필요시 자본시장 유출입에 대한 추가 규제를 검토할 계획이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차관은 "현재 검토하는 다른 규제 방안은 없지만 필요하다면 다른 추가 대응 방안을 생각해보겠다"면서 "선물환 규제의 추가적인 비율 인하 시점 등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은행세 도입으로 환율과 채권 시장의 변동성이 장기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외화 자금이 한국 시장을 넘나드는 문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원화강세 방향성까지 바꾸지는 못할 듯=외환전문가들은 이번 부담금 도입으로 원ㆍ달러 환율 하락 속도가 보다 완만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원ㆍ달러 환율 하락(원화 강세)의 기조적인 방향을 바꾸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박형중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단기 외채 도입의 창구역할을 했던 외은 국내 지점들이 이미 단기 외채 비중을 줄이고 있다"며 "이번 조치의 파급력은 시간이 갈수록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경상수지 흑자와 같은 달러 수급에 의해 환율 시장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채권시장에서도 투자자금이 급격하게 유출될 가능성이 적다. 채권투자 과세 부활, 은행세 도입으로 외국인들의 투자수익률이 다소 떨어지겠지만 여전히 국내외 금리차, 통화스와프시장을 활용한 무위험거래수익이 0.01~0.012%포인트에 이르기 때문이다.
용어 설명
◇비예금성 외화부채=은행이 개인이나 기업에서 예금을 수신해 자금을 조달하면 이는 은행 입장에서는 결국 개인과 기업에 갚아야 할 '부채'다. 이를 '예금성 부채'라고 한다. 이에 반해 '비예금성 부채'는 예금이 아니라 채권발행, 은행 간 거래 등을 통해 빌린 자금이다. 이 중에서 특히 원화가 아닌 외화로 빌린 돈을 '비예금성 외화부채'라고 한다. ◇외화예수금과 예금보험료=외화예수금은 곧 외화예금과 같은 뜻이다. 은행은 외화예금을수신하면서 예금보험공사에 예금보험료를 납부하기 때문에 은행이 파산할 경우에도 예금자에게 원금과 이자가 지급된다. 정부는 외화예금은 외화로 유치된 자금이지만 예금보험료라는 '안전장치'가 있다는 이유로 이번에 외화예수금을 건전성 부과금 대상에서 제외했다. ◇미지급미결제현물환=외화매도현물환거래에서 매도 계약 후 실제 현물환을 인도하기까지 일시적으로(2일 이내) 부채로 인식되는 계정을 말한다. 예를 들어 오늘 1억달러를 매도하면 이에 해당하는 원화를 받아야 한다. 보통 원화를 받게 되기까지 시차 등을 감안해 최장 2일의 여유가 있는데 이 기간에 일시적으로 부채로 인식되는 돈도 부과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책자금 처리 계정=정부ㆍ한국은행 등을 통한 정책지원 목적의 자금을 처리하는 계정이다. 은행은 이 과정에서 중개 역할만 담당하기 때문에 정책자금용 부채는 부담금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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